
손영래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이 주최한 ‘2026 분만 인프라 정책포럼’에서 “현재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한 곳에서 각종 보건의료 정책과 지역·필수의료 문제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다”며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관장하는 별도의 실 조직을 분리해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조직 설치를 위한 정부 내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국무회의 등 최종 확정 절차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새 조직이 설치되면 분만과 신생아·소아 분야만을 전담하는 정책과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당초 분만·소아 분야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명칭을 검토했으나, ‘필수의료정책과’와 같은 포괄적인 이름이 사용될 계획이다.
복지부가 조직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분만·소아 관련 정책의 ‘분절성’에 있다. 현재 분만 지원체계와 관련해서 여러 사업이 동시에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여러 과가 나눠 관리하고 있어 전체 정책을 총괄하는 책임 부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분만 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모자보건의료센터 지정 등 개별 사업을 잇달아 확대했다. 그러나 분만과 신생아·소아 의료가 전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사업 간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기능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손 단장은 “그동안 정책들이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않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현장의 지적이 많았다”며 “전담 조직이 만들어지면 분산된 사업을 통합해 분만과 신생아·소아 분야의 입체적인 종합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설 정책과는 산전 진찰을 담당하는 지역 산부인과 의원부터 거점 분만병원, 고위험 산모 이송체계,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신생아중환자실과 소아 진료까지 하나의 연속된 의료체계로 관리하게 된다. 복지부는 이미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관련 학회·단체와 수개월간 기초 논의를 진행해 왔다. 조직 신설 이후 4~5개월 동안 현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연말까지 종합적인 개선계획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중심 의료역량 집중
복지부는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기존 의료역량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전국적으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이 부족해 단기간에 분만병원이나 센터 수를 대폭 확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운영 중인 의료기관조차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정책 대상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 중증 산모와 신생아를 진료할 수 있는 곳에 인력과 재원을 집중하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복지부의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지정된 상급종합병원 20곳 가운데 산과 전문의가 필수인력 기준(4명) 미만인 곳이 11곳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충북대병원(산과 전문의 1명), 충남대병원(3명), 단국대병원(2명), 칠곡경북대병원(3명), 해운대백병원(2명), 양산부산대병원(1명) 등 비수도권 6곳이 산과 전문의 규모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에선 고려대안암병원(2명), 고려대안산병원(3명), 아주대병원(2명), 가천대길병원(2명) 등 4곳이 산과 전문의가 부족했다.
건강보험 보상체계도 대폭 개선한다. 특히 모자의료센터의 수가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차등화하고, 초미숙아·조산아 같은 고위험 분만에는 기존 수가의 최대 400~500% 수준까지 가산한다. 현재 임신·분만 수가는 임신 주수나 중증도에 따라 차등화 돼 있지 않다. 정부는 28주 미만, 28~32주, 32~34주 등 주수별 역할을 구분하고, 해당 주수의 산모와 신생아를 책임지는 기관에는 수가와 성과보상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모자의료센터 운영비를 현재의 약 두 배 수준으로 확대 반영해 줄 것을 재정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현재 권역 모자의료센터에는 센터별 약 10억~18억원, 지역 모자의료센터에는 약 6억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데, 이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종합계획이 완성되기 전이라도 수가와 예산 문제부터 해결해 내년부터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 정책 전환…지역의료 붕괴 문제 해결 중요”
분만·신생아·소아 의료진이 현장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 의료사고의 민·형사상 책임을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시행될 예정이다.

고액보험의 보장 한도는 최대 19억원으로 설정됐다. 복지부가 19억원을 최대 보장 한도로 설정한 것은 국내 의료사고 판례상 최고 수준의 배상액이 약 17억원이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향후 법원의 배상액이 높아지는 추세가 확인되면 보장 한도도 추가로 상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의료의 범위와 중과실의 구체적인 기준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수개월 안에 하위법령 초안을 공개하고 의료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체계도 함께 들여다볼 계획이다. 분만과 신생아·소아 진료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심사가 필수의료기관의 진료를 위축시킨다는 현장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별도의 심사기준이나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종합계획에 관련 개선책을 포함할 예정이다.
손 단장은 “지난 20년간 보건의료정책의 핵심 의제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였다면 앞으로 20년은 분만과 신생아, 응급·외상, 지역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도 이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조직은 처음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정책 방향이 설정되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특성이 있다. 지역·필수의료와 분만·신생아 분야도 이제 정부가 본격적으로 방향을 전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속도가 다소 더디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적어도 앞으로 10년, 15년 이상은 정부가 이 분야를 꾸준히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