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회차 인턴 경험은 청년들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정규직 취업 전 두세 번 정도의 인턴 경험이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번째 인턴 중인 대학생 최지원(22)씨는 “인턴을 한 번만 하고 취업하면 ‘어떻게 한 번만 하고 됐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며 “주변에서는 금융권 취업을 하려면 인턴을 4번 정도는 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한다”고 했다. 인턴만 세 차례 경험했다는 정은재(25)씨는 “인턴 경쟁이 엄청 치열하다”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턴 면접장에서 인턴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적절한 인턴 횟수가 몇 회인지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취업 준비생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턴 3번이면 많은 편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평범한 수준”, “3번이나 하다니 부럽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취업정보 플랫폼에선 “요즘은 인턴 2~3번이 기본이냐”, “인턴은 최대 몇 번까지 하는 게 좋을까” 등 인턴 경험 횟수를 두고 고민하는 게시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수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인턴 경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쿠키뉴스가 지난달 청년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53명)이 ‘인턴 등 실무 경험 1회 이상’이 취업을 위해 필요한 경험이라고 답했다. ‘경험이 없어도 취업 가능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4%(4명)에 그쳤다.

여러 차례 인턴 경험을 하는 취직 준비생이 많아지며, 인턴 채용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정규직보다 인턴 되기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 스타트업 기업의 인턴 채용에 지원한 최씨는 불합격 통지 메일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경쟁률이 1:56이었다. 최씨는 “그때 처음으로 인턴 경쟁률도 엄청 높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첫 인턴 경험 이후 두 번째는 그래도 더 낫겠지 싶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인턴을 구하며 지원한 기업은 약 300곳으로 늘어났다. 최씨는 “인턴 경험이 있는데도 생각보다 정말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두 차례의 인턴을 경험한 장예지(25)씨도 처음엔 스스로 부족한 스펙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턴 기자 채용에 지원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면접장에 갔더니 이미 인턴 기자 경험이 있는 지원자가 대다수였다. 장씨는 “어학 성적이나 자격증, 학보사 활동, 미디어 관련 대외활동 등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를 꾸준히 했다. 그런데도 인턴 기자 채용은 정말 쉽지 않았다”라며 “서류와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글쓰기나 콘텐츠 제작 같은 공통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인턴 에디터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은 인턴을 반복하게 되는 원인으로 정규직 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을 지목했다. 취업 준비생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규직 취업이 안 되니, 공백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인턴 경험이 있는데도 또 다른 인턴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인턴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면서 여러 번 인턴을 반복하는 것을 취업에 유리한 일처럼 여기게 됐다. 최씨는 “인턴 경험이 없는 청년은 인턴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인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정규직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정규직으로 바로 취업이 되면 굳이 인턴을 두세 번, 서너 번씩 할 이유가 없다”라며 “채용이 줄어들고 경쟁은 심해지다 보니, 인턴 경험이 있는 사람이 또 다른 인턴에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송지혜(31·가명)씨도 “채용 공고 자체가 거의 안 올라오는 시기에 지원할 곳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인턴을 하면서 기다리게 되는 것”이라며 “실제로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인턴을 하고 있다. 정규직 채용이 줄어든 영향이 그대로 청년들에게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인턴 경험을 쌓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사회 진입을 앞둔 청년들이 여러 조직과 직무를 직접 경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탐색해가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기업들이 필요할 때 뽑아서 미리 일을 시켜보고 채용 여부를 판단하는 용도로 인턴 제도를 활용한다.
하지만 인턴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지며 본래 취지에서 멀어지게 됐다. 유재은 전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인턴은 청년 입장에서는 청년이 원하는 직장과 직무를 찾기 위한 경험, 기업 입장에서는 검증 단계로 활용했던 제도였지만, 지금은 시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장권’이 됐다. 화폐가치가 떨어진 스펙으로 양산되고 있는 인턴 인플레이션”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인턴 본래의 의도대로 검증 기능으로서 채용을 전제로 하는 제도로 재정의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복된 인턴 경험은 청년들의 사회 진입 시기를 늦추며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고 있다. 백기홍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신입 채용에서 직무 경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청년들이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 인턴 경험을 여러 차례 쌓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인턴을 반복하는 현상은 실제로 숙련도를 쌓을 수 있지만, 그보다 노동시장 진입 전 단계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 청년들의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인턴 경험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혼자만 인턴 경험을 하지 않으면 취업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의 인턴 제도는 취업 성공률이나 임금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아니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인턴조차 하지 않으면 아예 취업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서지영 김은빈 기자 surge@kukinews.com
[편집자주]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모순. 기획의 시작이었다. 기업은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를 기본으로 적는다. 정부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권한다. 신입 면접장엔 인턴과 경력자가 가득하다. 무경력 청년들은 조용히 수백만 원을 들여 경력을 사거나, 시간을 경력으로 바꾼다.
경력이 기본 스펙이 된 시대. 궁금해졌다. 경력 없는 신입 지원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경력을 쌓고 있나. 신입 사원을 교육하던 기업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됐나. 정부의 취업 정책은 어떻게 기능하고 있나. 쿠키뉴스가 채용 시장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12편에 걸쳐 보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