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의 발단은 배재고 야구부 징계였다. 배재고 야구부는 광주일고와의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응원 구호를 사용해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부위원장은 징계가 과도하다는 취지로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이라며 “대한민국보다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고 썼다. 논란이 커진 뒤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후에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청와대는 공개 경고와 사퇴 권고에 이어 이 부위원장의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6일 공지를 통해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전했다”며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이 부위원장에게 정부의 국정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뒤,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사퇴를 권고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모든 기본권은 한계를 가지고 있고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헌법 21조4항을 근거로 들었다. 헌법 21조4항은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임 교수는 “조롱이나 모욕은 명예훼손은 아니더라도 5·18 관련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언급한 ‘김일성 만세’ 사례도 이번 사안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표현의 자유든 모든 기본권이든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은 없다”며 “광화문에서 자기 혼자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이미 확인된 사실이 있고, 그 사실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내려져 있다”며 “그것을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떠드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 범위에 속한다는 주장은 헌법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발언은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범위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직자 신분도 쟁점이다. 공직자라고 해서 정치적 견해 표명 자체가 모두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의 발언은 개인 의견을 넘어 국가의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더 엄격한 책임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에 “공직자는 법을 준수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라며 “정부 정책에 반하는 정치적 발언은 인사권으로 조치할 문제이지만, 실정법이나 그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은 이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도 “공직자가 되는 순간 그 공직자의 말은 개인의 말이 아니라 국가의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헌법 7조 취지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이런 말을 해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 어려운데, 총리급 고위 공직자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더더욱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회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이미 법률로 만들어놓은 사안을 ‘성역’이라 부르며 문제 삼는 것은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특별법의 취지에 반하고, 정부 정책과도 합치되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행 특별법의 한계도 거론된다. 현행법은 5·18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조롱·모욕·희화화 표현을 직접 규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비방·조롱·희화화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헌환 교수는 “법 규정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돼 있어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상 구성요건을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스타벅스니 탱크데이니 하는 표현이 사회적으로 용납돼서는 안 되는데도 반복되고, 마치 그래도 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5·18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 논쟁이 단순한 의견 표명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국가폭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피해자 인격권, 공직자의 책임 문제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헌법학자들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만큼 보호돼야 하지만, 그것이 역사적 피해를 조롱하거나 관련자의 존엄을 침해하는 발언까지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