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MOU가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연일 날 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트럼프는 ‘휴전 종료’를 통보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갔고, 이란 역시 항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은 이란 측에 휴전이 종료됐다고 단호하게 밝혔다”고 선언했다. 이는 앞선 8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과 종전 MOU가 “끝난 것 같다” 말한 이후 이틀 만에 등장한 휴전 종료 공식 발표다.
미국과 이란 모두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기존 호르무즈 양해각서(MOU)는 사실상 효력이 정지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이란과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명시적으로 ‘휴전 종료’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언제든 다시 호르무즈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긴장 상태에 돌입하게 됐다.
이는 이란이 자초한 면이 크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하는 등 MOU 위반으로 지적받을 수 있는 행위를 범했고, 미국 역시 즉각 군사 행동에 나서면서 국면이 험악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중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당분간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이란 역시 “항복은 없다”면서 강경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종전 협상 담당자였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전쟁 종식이 최우선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이 분쟁이 이란의 항복으로 끝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이 합의를 깰 경우에 대비해 조국 수호 태세를 해제한 적이 없다”면서 “미국이 다시 도발한다면 전면적인 방어전으로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결사 항전 태세를 강조했다.
아울러 이란이 대화를 요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전면 부인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 협상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카타르 중재단의 방문은 수용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카타르는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MOU를 극적으로 타결하는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 핵심 쟁점을 좁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무력 충돌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협상의 문 자체를 닫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긍정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민간 상선을 공격하고 미국은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선 현재 상황은 쉽게 타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 강경 대치 국면이 이어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무력 충돌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MOU에 대한 양측의 근본적인 해석차에서 발생한 만큼 향후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MOU 5항에는 전쟁으로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을 재개하기 위해 이란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며 기뢰 등 군사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이란이 오만 등 호르무즈 해협 주변국들과 함께 향후 해협 관리 방안을 협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5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는 근거라고 해석하는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배타적 통제권을 인정한 조항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에 대해 자국 연안을 따라 지정된 항로만 이용해야 한다고 강제하면서 다른 항로를 이용하는 상선을 공격하는 모습이다.
이란의 공격을 MOU 위반으로 규정한 미국은 보복 공습과 추가 제재를 병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앞선 7일 이란산 원유 제재를 복원한 데 이어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자금 조달책에 대한 제재도 발표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기존 종전 협상을 복원하려는 의지는 버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카타르 등 중재국 등을 통한 물밑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도 흘러나온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 주 스위스에서 미국과 이란의 추가 협상이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중재국인 카타르 측 인사들이 이날 미국과 조율을 거쳐 이란을 방문해 당국자들과 만난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남은 과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양측의 확실한 세부사항 논의가 될 전망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과 핵 협상 재개, 이란으로서는 추가 공습 중단과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대화를 통해 휴전 체제로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주말 미국-이란 협상이 열린다면 이 자리는 향후 중동 정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