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회피하는 암세포, 메커니즘 찾았다?

면역체계 회피하는 암세포, 메커니즘 찾았다?

기사승인 2019-04-09 10:12:20 업데이트 2019-04-09 10:12:22

미국 연구진이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회피하는 데 이용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연합뉴스는 로버트 블렐로크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비뇨기학 교수팀이 메커니즘을 발견한 보고서를 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악성 종양세포가 생성하는 PD-L1 단백질은 면역체계로부터 암세포를 숨기는 ‘투명 망토’ 같은 역할을 한다. 암세포 표면의 PD-L1이나, T세포(면역세포) 표면의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 수용체를 방해하는 면역치료법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PD-L1과 PD-1이 결합해 일으키는 상호작용을 차단하면 암세포는 면역 회피 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악성 종양에서는 PD-L1을 생성하지 않는 방식으로 면역치료에 저항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PD-L1이 생성되지 않으면 ‘관문 억제 치료제(Checkpoint inhibitors)’가 작용을 할 수 없게 된다. PD-L1을 분비하지 않는 암세포에 대해 다른 관문 단백질을 면역 회피에 이용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관문 억제 치료의 반응도가 낮은 전립선암 환자의 종양에서는 PD-L1이 없거나 아주 낮은 수위로 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 블렐로크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암 종양이 PD-L1을 대량으로 만들기는 하지만 암세포 표면에 분비하지 않아 마치 PD-L1을 생성하지 않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것이라고 매체는 밝혔다. 암세포가 생성한 PD-L1은 분자 운반체인 엠소좀에 실려 림프계나 혈류를 거쳐 림프절로 가는 것을 관찰했다는 것.

PD-L1이 멀리 떨어진 면역체계로 원정을 다니는 ‘파괴 분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림프절은 림프구와 백혈구가 모여 있는 주요 면역기관이다. 또 엑소좀에 실려 옮겨지는 PD-L1은 현재 쓰이는 관문 억제제에 저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전구체인 ‘전령 RNA’를 관찰해 ‘PD-L1 집단 이동’의 꼬리를 잡았다. 암세포에서 나온 PD-L1은 많지 않은데 이 단백질 형성 신호를 가진 전령 RNA가 많은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연구팀은 림프절로 옮겨지는 PD-L1이 면역 회피 능력까지 전달하는지 실험했다. 면역억제제가 잘 듣지 않는 생쥐의 전립선암 세포를 건강한 생쥐에 이식한 결과, 암세포는 빠르게 증가했다. 반면 엑소좀 생성 유전자를 두 개 제거한 생쥐는 암세포를 이식해도 종양이 커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엑소좀 생성 유전자의 유무와 상관없이 PD-L1은 생성되지만 엑소좀 유전자가 없는 암세포에서 PD-L1을 차단하면 면역 공격을 피하지 못하는 것도 연구팀은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결과를 종합해 유전자 편집으로 암세포의 엑소좀 생성을 억제하면 면역 공격을 피하는 암 종양에만 집중해 항암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연구팀은 엑소좀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를 정상 생쥐에 이식하고 90일 뒤, 엑소좀 유전자가 남아 있는 암세포를 같은 생쥐에 이식했다. 엑소좀 생성 능력이 있는 암세포도 엑소좀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에 노출되면 면역 회피 능력을 상실하는 것을 확인했다.

엑소좀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와 제거하지 않은 암세포를 생쥐의 특정 기관에서 서반대되는 위치에 이식한 실험을 한 결과, 엑소좀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자극해 면역 회피 능력을 갖췄을 수 있는 반대편 암세포를 공격하게 했다. 이는 엑소좀에서 PD-L1의 분비를 일시적으로 차단해도, 체내에서 장기간에 걸쳐 암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이 설명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면역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악성 종양을 억제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본 것뿐이라고 판단했다고 매체는 밝혔다. 아직 PD-L1의 작용에 대해서 알아낼 것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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