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8일 (3)
[진료실에서] 대책없는 희귀의약품 택배 중단, 즉시 원상복구해야

[진료실에서] 대책없는 희귀의약품 택배 중단, 즉시 원상복구해야

승인 2020-05-18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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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성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

희귀질환은 가뜩이나 치료법도 제한적이고, 환자들이 꼭 필요한 치료법을 건강보험이 안되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치료가 어렵고 비용은 높으니 희귀질환은 많은 경우 환자를 재난적 의료비의 늪에 빠뜨리는 원흉이 되고 있다.  그런 희귀질환자들에 또 하나의 큰 시련이 닥쳤다.  희귀의약품센터에서 의약품의 환자 대상 택배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한다.

희귀의약품센터는 여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꼭 필요하나 국내에 미허가 혹은 미도입 상태인 의약품을 소정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예외적으로 환자들의 손에 전해주는 유일한 통로다.  환자와 담당 의료진에겐 한줄기 빛과도 같다.  그런데 이 중요한 역할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 것이다.

희귀의약품센터의 입장은, 품질 보존이 어렵거나 파손 위험이 있는 의약품에 대한 환자 대상 택배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예산 삭감 등 다른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 결정의 근거를 굳이 부정하거나 여기서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중요한 사실은, 희귀의약품센터의 이 결정으로 환자들의 건강과 가족들의 삶에 심각한 부담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필자가 보는 환자 중에 근육 경직과 근긴장도의 증가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이 환자들은 혼자 거동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항상 휠체어에 의존하며, 보호자 없이 집밖으로 나가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다. 

필자의 환자의 경우 적어도 3-4개월마다 한번씩 치료용 약물을 지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불편을 그만큼 자주 감수해야 한다.  환자는 물론, 동반 가족까지 그 날의 업무나 일정을 모두 포기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여기 소개한 것은 서울 거주 환자의 사례다.  택배서비스가 없다면 희귀의약품을 가서 받을 수 있는 장소는 현재 서울 한 곳이다.  지방 그리고 원격지의 환자와 가족들이 겪게 된 불편은 이보다 더하면 더할 것이다.  당장 상당수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희귀의약품센터의 입장에서, 의약품의 파손 우려 등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물론 응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게 택배 서비스 중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한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에 대해, 최소한의 대안이나 안전장치 없이 통보 한달만에 ‘전격적으로’ 택배 서비스를 중단하는 결정은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아하다.  희귀의약품센터는 즉시 이 결정을 취소하고, 최소한 합리적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택배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이걸로 끝이 아니다.  희귀질환자의 안정적 치료를 보장하기 위한 좀 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희귀의약품이 왜 희귀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희귀의약품은 생산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경우도 있지만, 제약사 입장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국내 시장에 굳이 들여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품 허가부터 유통과 마케팅 등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가 있기에 존재하는 제약사로서, 이들 기업들이 환자 건강을 위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 주기를 바란다.

또 한 편으로, 정부 역시 제약사의 희귀의약품 국내 도입을 유도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은 약물의 경우 일정한 조건을 갖췄다면 허가 임상을 비롯한 인허가 과정을 최소화해 주고, 유통 과정 등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 치료의 확대, 재난적 의료비 예방 등 환자 중심의 정책에 힘을 쏟고 있음을 상기해 보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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