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6일 (6)
약물 운전 이어 농지 조사까지…‘규제 확대’에 위축되는 환자들

약물 운전 이어 농지 조사까지…‘규제 확대’에 위축되는 환자들

정신과 질환자의 권리 제한 우려
“환자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승인 2026-04-02 06:00:08
픽사베이

정부 정책이 정신과 질환 환자의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약물 운전 단속 강화와 농지 조사 과정에서 정신과 질환과 인지장애 환자에 대한 규제가 확대될 경우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2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은 어지럼증이나 졸음을 유발하는 약물을 복용한 뒤 운전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면허 취소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사안으로 재차 적발될 경우 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찰청은 제도 시행에 맞춰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물 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단속은 경찰이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를 하차시켜 1단계 현장평가를 실시한 뒤, 2단계로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하고 양성이 나오면 소변·혈액검사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정부는 최근 프로포폴, 케타민 등을 복용한 뒤 운전해 피해를 유발한 사례가 늘어난 점을 반영해 단속 강화에 나섰다. 다만 이 과정에서 치료 환자까지 규제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물 운전 처벌 대상 약물 범위에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신과 전문의들은 단속 강화가 환자들의 일상 활동 범위를 축소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욱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정부의 단속 취지는 이해하지만, 다른 정신과 환자들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약물 복용을 기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복용하는 약이 운전 제한 대상에 포함되면 직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필요한 치료를 받는 과정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 설계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농지 조사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는 오는 5월부터 농지 전수조사에 나선다. AI와 드론 등을 활용해 투기 의심 농지를 판별할 계획이지만, 이 과정에서 인지장애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고령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농지 조사를 앞두고 지자체에서 인지장애 환자의 영농 능력을 판별해 소견서를 써달라는 요청이 온다”며 “자칫하면 아프고 늙었다는 이유로 농사지을 권리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정신과·신경과 질환 환자에게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욱 회장은 “정책을 홍보하더라도 마약이나 프로포폴 등 오남용 약물과 일반 정신과 치료 약물은 구분해 전달해야 한다”며 “문제의 본질은 약물 오남용이지 정상적인 치료 과정에서 처방약을 복용해 발생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규제를 강화할 때는 전문가 단체와 협의를 통해 세심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획일적인 단속으로 정상적인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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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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