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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버스 소송’ 나선 장애인들…“이동권은 기본권”

전국서 ‘버스 소송’ 나선 장애인들…“이동권은 기본권”

시외·고속버스 이용 어려운 현실 지적
“수익성 아닌 공공 문제”…정부 책임론 제기

승인 2026-04-20 21:31:21 수정 2026-04-21 16:01:49
조효영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남지부장이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본인 제공

“시민이 시내버스 타게 해달라고 소송까지 제기해야 하는 나라, 과연 바람직할까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조효영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이하 이동권연대) 경남지부 지부장은 이렇게 물었다. 이동권연대는 지난달 31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 시외·고속버스 탑승권 보장을 요구하며, 전국 동시다발 차별구제 소송을 선포했다. 조 지부장은 이번 소송에 참여한 원고 중 한명이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고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조 지부장은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다. 2007년부터 김해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권연대 경남지부를 2년째 이끌고 있다. 오랜 기간 지역을 돌며 장애인 교통권 개선을 요구해 온 현장 활동가다.

조 지부장은 이번 소송에 대해 “버스를 태워달라는 요구를 수십 년째 해왔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며 “이제는 법 판단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서울, 2017년 광주 소송을 통해 탑승권 보장 판결이 나왔음에도 현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장애인도 이동할 권리가 있는 시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며 “다음 세대는 같은 문제로 싸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권연대는 15일 전북과 경남을 시작으로 16일 강원, 20일 대구, 21일 전남, 23일 부산, 30일 서울·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순차적으로 소장을 접수한다.

조 지부장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이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전무한 데다, 대체 수단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KTX도 휠체어 좌석이 전동 2석, 수동 3석 정도라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렵고, 열차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관계자가 고속버스 계단을 기어오르며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콜택시 역시 지역 간 이동이 제한돼 장거리 이동에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다. 조 지부장은 “비행기도 1시간 안에 갈 거리를 몇 시간 전부터 대기해야 하고, 마지막에 내려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며 “휠체어 배터리 분리 등 추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대중교통은 없는 셈”이라고 했다.

조 지부장은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는 데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동권이 기본권임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고, 시외·고속버스 개조나 휠체어 탑승 설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음에도 참여가 저조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도만 만들어놓고 실행을 끌어내지 못하다 보니 현장은 그대로”라고 전했다.

버스 운수회사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로 짚었다. 그는 “운수회사들은 좌석이 줄어 수익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휠체어석 설치를 꺼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변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권은 수익성 문제가 아닌 공공 책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조 지부장은 이동권 문제가 특정 집단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비장애인이더라도 사고나 질병, 노화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며 “가장 약한 기준에 맞춰 사회를 설계해야 결국 모두가 편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권은 일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기본적인 권리”라고 덧붙였다.

“우리도 일하러 가고 학교도 가고 친구도 만나야 해요.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보러 가고 싶어요.” 조 지부장은 이번 소송을 통해 거창한 변화가 아닌, 누구나 누려야 할 ‘자유로운 이동’을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기다리라”는 말에 버텨왔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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