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부당노동행위 인정률과 구제율이 저조해 실질적 노동자 보호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 입증 책임을 노동위원회나 사측에 분배하고,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부당노동행위 증언대회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부당노동행위 고발이 이어졌다.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또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정당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징계·차별대우를 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 혹은 게을리하는 행위 모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부당노동행위는 1953년 노동조합법 제정 당시부터 금지하고 있다. 현행법은 근로자가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동진 LS전선노동조합 위원장은 “절차대로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임금단체협약이 끝나자마자 임금의 40%가 삭감됐고, 조합 핵심 간부들을 따로 불러 사임을 종용했다”며 “다행히 일부 녹취가 있어 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으나,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고 대부분 부당노동행위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특히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가름할 때, 노동자나 노조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 유무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태종 한국경남태양유전노동조합 위원장은 “매년 임금협약·단체협약을 체결해 온 회사가 지난해 12월 돌연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해지 후 정상적 조합 운영에 필수적인 근로시간면제 등도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며 “그러나 사측의 ‘의사’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제도의 목적과 기능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덧붙였다.
실제로도 노동자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입증토록 하는 것과 관련해 지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도 국회의장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전문가는 부당노동행위 입증 책임을 노동자·노조뿐 아니라 사측과 분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당노동행위 판단에 있어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을 비교하기도 했다.
정영훈 국립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대법원은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에서 근로자·노조가 증명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면서도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그 특성상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존재·부존재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국 라이트 라인(Wright Line) 사건 판례와 연방노동관계위원회 기준을 보면 부당노동행위 증명책임을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적절히 분배하고 있다”며 “미국과 우리나라 법은 ‘증거법’이라는 근본적 이념이 다르지 않아, 해당 기준을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 라인 사건은 미국 노동법에서 부당노동행위 성립 판단 기준을 정립한 중요한 판례로 꼽힌다. 미 연방노동관계위원회는 라이트 라인 사(社)가 한 노동자를 해고한 사건을 두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했기에 연방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노조활동과 무관하게 해당 근로자를 해고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자는 노조활동을 했고 사용자가 이를 알고 있었으며 노조활동이 해고의 실질 요인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고, 사용자는 노조활동과 무관하게 해당 근로자를 해고했을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식으로 재분배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사용자뿐 아니라 노동위원회의 책임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노동존중실천단장)은 “노동위원회는 단순한 분쟁조정기구가 아니라,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해 신속하고 실효적 권리구제를 수행하는 준사법적 기관”이라며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당노동행위의 특성상 명확한 직접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노동위원회가) 정황과 맥락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어 권리구제가 제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미라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부당노동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달라”고 촉구하고 “반복적이고 조직적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하고 위반을 적발하면 엄중히 처벌하는 등 적극적 행정조치를 통해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사용자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행태를 막기 위해 이행강제금의 실효성을 높이거나, 행정소송 시 중앙노동위는 긴급이행명령을 적극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3권 침해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이외에도 민사적 제재,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에서도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전국 13개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사건의 비율은 12.3%,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 사건에서 ‘인정’ 결정을 내린 비율은 26.9%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