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8일 (5)
“달면 삼키고 쓰면 뱉나”…김현기의 ‘선택적 공정’ [취재진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나”…김현기의 ‘선택적 공정’ [취재진담]

승인 2026-04-25 10:00:04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치권은 늘 ‘공정’을 말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말하는 공정은 선택적일 때가 있다. 최근 김현기 전 서울시의회 의장의 대응은 그 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신이 포함된 시민단체 평가 보도가 나오자,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해 해당 기사를 ‘선거 개입’, ‘편파 보도’, ‘소수의 평가’ 등으로 규정했다. 평가 시점과 보도 시점, 특정 후보 타깃팅, 지표의 자의성 등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한 내용은 형식적으로는 촘촘하다. 그러나 논리의 출발점은 결국 하나다. ‘나에게 불리한 평가는 문제’라는 전제다.

문제는 이 같은 태도가 정치권에서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여론조사든 시민단체 평가든, 유리하면 적극 인용하고 불리하면 신뢰성을 문제 삼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이 이보다 더 정확하게 들어맞을까.

해당 보도는 특정 의혹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이미 공개된 시민단체 보고서를 인용해 전달한 것이다. 더구나 이 보고서는 복수의 시민단체가 참여한 시민들의 평가로 작성됐고, 각 정당의 서울시당에도 전달돼 공천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를 요청한 바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라는 이유만으로 평가 자체를 ‘민의 왜곡’으로 규정하는 것은, 비판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에 가깝다.

김 전 의장은 특히 ‘행정사무감사만으로 전체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평가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 제시이지, 평가 결과를 통째로 부정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더 나은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기존 평가를 흔드는 데 집중하는 모습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더욱이 언론 보도를 문제 삼으며 ‘허위사실공표’까지 거론한 대목은 가볍지 않다. 사실관계를 두고 다툴 수는 있지만, 공개된 자료를 인용한 보도를 두고 형사적 책임까지 언급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언론에 대한 압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를 앞둔 시점일수록 언론의 검증 기능은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대응과 거리가 있다.

특히 김 전 의장의 이 같은 이의신청에 중앙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의한 결과, 신청인의 주장을 이유 없음으로 기각 결정했다.

정치는 평가받는 자리다. 특히 의회 수장을 지낸 인사라면 더욱 그렇다. 불리한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그 자체로 정치인의 자질을 보여준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준을 의심하고 판 자체를 흔드는 태도는 유권자에게 또 다른 판단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선거는 결국 신뢰의 경쟁이다. 평가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순간, 공정이라는 단어는 설득력을 잃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정치가 반복되는 한 유권자의 시선은 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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