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탑승조차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동 혁신’을 내세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운영 차량 상당수가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추지 않아 교통약자들의 접근성은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 버스 60.3% ‘휠체어 미지원’…설비 구축돼도 접근 제약
7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가 제공한 ‘전국 자율주행 버스 운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버스 총 63대 가운데 휠체어 탑승 설비가 설치된 차량은 27대에 그쳤다. 전체 차량의 60%가 휠체어 탑승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셈이다.

노선 기준으로도 접근성 격차는 확인된다. 전국 자율주행 버스 34개 노선 가운데 20개 노선은 탑승 설비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관할하는 상암A21, 청와대A01, 동작A01, 동대문A01, 서대문A01 등 다수 노선에서는 휠체어 경사로가 없는 상태로 운행되고 있다. 대구 자율주행 DRT, 청주 AI콜버스, 제주 탐라자율차 등도 같은 상황이다.
휠체어 탑승 설비가 설치된 노선에서도 제약이 따른다. 상당수 노선은 자동 설비가 아닌 수동 슬로프 방식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운전원이 직접 슬로프를 연결하거나 해제해야 해 교통약자의 단독 이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은정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정책국장은 “자율주행차 도입 과정에서 휠체어 승객을 고려한 장비도 함께 설치돼 있었어야 했다”며 “기술의 이점을 장애 시민들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기술 실증 과정에서부터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의 자율주행 버스는 기존 일반 버스에 관련 센서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탑승 설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현재 서울시 자체 예산을 투입해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판 등 관련 장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취약지역 확대하지만…접근성 기준은 ‘사후 보완’
정부는 자율주행차를 교통취약지역의 이동 공백을 메울 수단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자율차 시범운행지구 서비스 지원사업’을 통해 지자체 8곳에 총 3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심야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 농촌 순환버스, 관광지‧공항 연계 노선 등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과 시간대의 이동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교통취약지역 해소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자율주행 서비스에서도 교통약자의 이용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 강릉시가 운영 중인 자율주행자동차는 주요 관광지 등을 오가며 이동 편의를 지원하고 있지만,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교통약자의 이용에는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교통약자의 이동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술 실증과 함께 교통약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며 “교통약자들이 실증 단계부터 실제 운행 단계까지 차별받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서비스가 초기 단계인 만큼 접근성 기준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자율주행 분야는 규제와 법적 지원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교통약자 접근성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자율주행차는 안전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교통약자 탑승 설비 적용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동 서비스는 누구나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향후 대중교통이 자율주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만큼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교통약자 접근성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기술 실증에만 주력할 것이 아닌 교통약자 서비스 향상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