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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T’에 70억달러 베팅한 글로벌 빅파마…韓 경쟁력 ‘2%’ 불과

‘CGT’에 70억달러 베팅한 글로벌 빅파마…韓 경쟁력 ‘2%’ 불과

리제네론 유전성 난청 치료제 ‘오타르메니’ FDA 승인
로슈, DMD 치료제 ‘엘레비디스’ 임상 3상 재도전
이엔셀, CMT 치료제 ‘EN001’ 임상 2a상 착수
‘게임체인저’ 부상…“국내외 연구 협력·지원 활동 필수적”

승인 2026-04-28 11:00:04
쿠키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초 유전성 난청 치료제 승인으로 세포·유전자치료(CGT)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고, 중국·인도·이란 등에서도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고 있다. 반면 국내 CGT R&D 점유율은 2% 수준에 머물러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인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유전성 난청 유전자 치료제 ‘오타르메니’를 승인했다. 오타르메니는 OTOF 유전자 이중 대립변이로 인한 중증·심도 감각신경성 난청(모든 주파수에서 90dB HL 초과) 소아·성인 환자를 적응증으로 한다.

선천성 난청 원인의 약 절반 이상은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이 중 OTOF 유전자 변이가 유전성 비증후군성 난청의 2~8%를 차지한다. 리제네론은 10개월~16세 소아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유효성 평가가 가능한 20명 중 80%(16명)에서 청력 개선이 확인됐다.

이번 승인은 생물학적 제제 허가신청서(BLA) 제출 61일 만에 이뤄졌는데, 승인과 동시에 미국 백악관은 리제네론과 최혜국(MFN) 약가 인하 협약을 체결했다.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초고가 치료제를 제약사가 미국 내 적격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리제네론은 향후 유전자 편집,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한편, 노화·소음 유발 난청 등 후천성 난청 생물학 규명에도 투자를 예고했다.

이번 오타르메니 승인으로 인해 CGT가 암·희귀질환 등 난치성 질환 치료의 핵심 대안으로 부상하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완치하기 위해 개인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의학적 기법으로 바이러스 벡터, 플라스미드 DNA, 환자 유래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편집 기술 기반 치료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CGT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 시장은 2024년 201억달러(한화 약 28조원)에서 2030년 898억달러(한화 약 125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6년 사이에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예상 성장률은 28.3%에 달한다.

글로벌 빅파마, CGT 기술 확보·개발 총력

특허 절벽을 앞둔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CGT는 매력적인 모달리티(치료법)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유전자 치료제 기술 확보·개발에 투자비용을 아까지 않고 있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로 유명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인 켈로니아 테라퓨틱스를 7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켈로니아는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카티) 치료제를 기반으로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한 번만 주사제를 주입하면 환자가 체내에서 스스로 세포 치료제를 생성하도록 하는 이 신약 물질은 현재 초기 임상시험 단계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듀센 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델란디스트로진 목세파르보벡)의 임상 3상 시험에 착수했다. 유럽 승인 실패 이후 대도전이다. 듀센 근이영양증은 보통 3세 전후로 증상이 발현해 점진적으로 근육 기능이 소실되는 희귀질환이다. 성장기에 접어들며 보행 능력을 상실하고 이후 호흡근과 심장 기능까지 저하돼 기대 수명을 현저히 단축시킨다. 현재 국내 환자 수는 약 2000명 내외로 파악된다.

엘레비디스는 듀센 근이영양증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도록 설계된 1회 정맥 투여 치료제다. ‘EMBARK’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 총 9개국에서 약 100명의 보행 가능한 DMD 남아 환자를 대상으로 72주 동안 위약 대비 엘레비디스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이트비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승인권고를 받았다. 생존 운동 신경세포1(SMN1) 유전자 변이를 포함한 SMA 2세 이상 소아와 10대, 성인이 대상이다. 노바티스는 현재 이트비스마와 같은 성분의 다른 유아 및 소아용 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를 판매하고 있다.

과학계 역시 유전자 치료제를 주목하고 있다.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 재단은 18일(현지시간) 유전성 망막 질환에 관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자들에게 올해의 ‘브레이크스루상’을 수여했다. ‘과학 오스카상’,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은 상금이 노벨상(약 15억원)의 3배인 300만달러(약 44억원)에 달해 과학계에서 상금이 가장 많은 상으로 꼽힌다. 연구자들의 연구는 첫 FDA 승인 유전자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럭스터나’(보레티진네파보벡) 개발로 이어졌다.

플랫폼 기술 앞세우는 이엔셀·알지노믹스

국내 기업들도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표 CGT 전문기업인 이엔셀은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제 후보물질 ‘EN001’의 임상 2a상에 착수했다. 임상은 삼성서울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3개 주요 대학병원에서 진행된다. 회사는 임상 2a상을 통해 EN001의 반복 투여 효능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최적 용량을 확립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CMT는 말초신경에 손상이 생겨 근력이 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10만 명 당 19명에서 발병하는 이 병은 근본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가 CMT를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이 질환을 앓았다.

EN001은 이엔셀의 독자적 플랫폼인 ‘ENCT(ENCell Technology)’를 기반으로 제조된 동종 탯줄 유래 초기 계대 중간엽줄기세포(MSC) 치료제다. 해당 기술은 세포 노화를 억제하면서도 재생 관련 인자 분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손상된 말초신경의 수초 재생과 기능 회복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앞서 완료된 임상 1b상에선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RNA 편집 기술을 보유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알지노믹스는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RZ-001’을 개발하고 있다. RZ-001은 암세포에서 나타나는 텔로머라아제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절단하고 치료용 RNA로 전환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5월 일라이릴리와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RNA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 경쟁력과 상업화를 입증한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사 코오롱티슈진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TG-C’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무릎 골관절염 미국 임상 3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2년간의 추적관찰 종료 후 데이터 분석을 거쳐 오는 7월 톱라인 결과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1분기 FDA에 생물학적 제제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계획이다.

미국·중국 CGT 시장 주도권…“규제 환경 개선 필요”

증권가는 중동 전쟁 등의 영향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CGT 관련 기업들이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위클리 바이오 인사이트(Weekly BIO Insight)’ 보고서를 통해 “미국 리제네론의 오타르메니가 FDA 가속 승인을 획득하고, 국내에선 바이젠셀이 첨단재생의료 첫 승인을 받은 소식이 시장 투심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간 기준 바이젠셀 주가는 97.5% 폭등했다. 이외에도 CGT 관련 기업들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글로벌 CGT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인도와 이란이 급성장하는 구도다. 반면 국내 점유율과 성장률은 모두 낮은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CGT 분야 연평균 성장률은 최근 5년간 7.3%로, 같은 기간 생명공학 전체 성장률 2.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보고서는 학술논문 113만 건, 임상연구 4425건, 정책데이터 9만여 건을 분석했다.

국가별로 보면 논문 점유율은 미국 23.9%, 중국 16.6%로 나타났다. 인도는 연평균 23.2%, 이란은 8%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2%로 세계 13위에 머물렀다. 인도와 이란의 빠른 성장은 정부 주도 지원과 규제 개선이 한몫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CGT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적 전략을 수립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은수 KISTI 책임연구원은 “CGT가 미래 맞춤의학의 핵심으로 바이오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 주도하에 대규모 연구개발 펀드의 조성과 기술정책 개발, 법과 규제 환경 개선, 국내외 활발한 연구 협력과 지원 활동 등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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