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가 위기 상황에 놓인 가운데, 성인 중심 의료체계를 넘어 어린이를 위한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린이날을 앞두고 소아·청소년 의료체계 붕괴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협회는 일선 소아의료 현장이 이미 붕괴 국면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백 곳이 문을 닫았고, 전공의 지원율은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의료진 이탈이 이어지면서 비수도권에서는 야간·응급 진료 공백도 발생하고 있다. 협회는 이 같은 흐름이 소아의료의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가 지목됐다. 의료 행위에 대한 원가 이하의 낮은 수가가 지목됐다. 일선 소아과들은 소아 필수 약제와 검사 체계에 대한 비용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필수 의약품의 약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서 생산이 중단되거나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소아 환자를 위한 약값과 수가는 따로 책정해야 하는데, 어른 기준에 맞춰 나누다 보니 구조적으로 유지가 안 된다”며 “소아 응급 환자들에게 긴급하게 사용할 약들도 낮은 약가로 인해 시장 철수를 선택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진료를 포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 역시 핵심 문제로 꼽힌다. 협회는 소아 진료는 환자 상태 변화가 빠르고 예측이 어려운 특성이 있지만, 결과 중심 책임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번의 의료사고로 막대한 소송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이 소아 진료를 기피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수천 원짜리 진료를 반복하다 한 번의 사고로 평생 벌 수 있는 금액 이상의 소송에 직면하는 구조에서는 의료진이 버틸 수 없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 판단을 내려도 결과가 나쁘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진료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해결책으로 ‘소아 기준의 분리’를 제시한다. 성인과 독립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마련하고, 소아 진료에 맞는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아동 건강권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담당할 전담 부서 신설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내에 소아청소년 의료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어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아이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기준이 가장 큰 문제”라며 “소아 진료는 성인 진료와 완전히 다른 영역인데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아이를 위한 제도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성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소아의료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아의료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려면 보건복지부에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라 소아 기준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