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0)
카드모집인은 줄고 보험설계사는 늘고…격차 더 벌어지는 이유 [알기쉬운경제]

카드모집인은 줄고 보험설계사는 늘고…격차 더 벌어지는 이유 [알기쉬운경제]

승인 2026-05-04 06:02:03 수정 2026-05-09 21: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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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설계사 시험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시험장 가면 사람들이 꽉 차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지원자가 몰리면서 접수 자체가 조기 마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손해보험협회가 최근 ‘야간 시험’까지 도입한 것도 이런 열기와 무관치 않습니다. 그만큼 설계사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죠. 반면 카드모집인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같은 ‘대면 영업’인데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까요.

먼저 카드부터 보겠습니다. 카드모집인은 감소세가 뚜렷합니다. 2016년 2만287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3324명까지 줄었습니다. 10년도 안 돼 80% 넘게 감소했습니다. 배경은 간단합니다. 온라인 카드 발급이 일상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앱에서 몇 번만 클릭하면 카드 신청이 끝납니다. 소비자가 굳이 모집인을 만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이 흐름은 더 빨라졌습니다.
  
반면 보험은 정반대 흐름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설계사는 71만2426명으로 전년보다 6만1170명(9.4%) 증가했습니다.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와 보험사 전속 설계사 모두 늘었습니다. 전체 설계사 수는 지난 10여 년간 4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온라인으로만 가입 가능한 이른바 ‘다이렉트’ 보험이 늘고 있는데도 설계사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거죠.

두 직업의 운명을 가른 핵심은 단연 ‘상품 구조’입니다. 카드는 비교가 단순합니다. 연회비, 할인 혜택, 적립률 정도만 보면 됩니다.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고 바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설명이 길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보험은 다릅니다. 보장 범위, 특약, 면책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어떤 상품에 가입했는지에 따라 보장 여부가 달라지고, 특약 구조도 제각각입니다. 소비자가 혼자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비교하려던 소비자도 결국 설계사의 설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 자체의 성격도 한몫합니다. 보험은 몇 달 쓰고 끝나는 상품이 아닙니다.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가입 단계에서 더 꼼꼼히 따져보게 되고, 이후에는 보상 관리까지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소비자가 보다 치밀하게 설명을 듣고 가입하려는 성향이 강한 상품”이라며 “설계사의 역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판매 방식 차이도 큽니다. 카드는 필요할 때 소비자가 찾아 가입하는 ‘탐색형 상품’에 가깝습니다. 반면 보험은 ‘설득형 상품’ 성격이 강합니다. 소비자가 먼저 필요성을 느끼기보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가입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여행자보험이나 자동차보험처럼 필요성이 분명한 상품을 제외하면, 회사가 적극적으로 팔고 싶어하는 보장성 보험은 대부분 권유를 통해 가입이 이뤄집니다. 실제로 보장성 보험 10건 중 8건 이상이 설계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도 설계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경력직뿐 아니라 신입 리크루팅도 활발합니다. “그저 설명회만 들으러 갔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보험사들이 설계사 시험 합격자에게 수십만원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는 등 유인책을 내걸며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점포를 줄이고 비용 절감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카드 한 장 발급에 15만~20만원씩 지급하던 모집인 수당을 비용 부담으로 보고 적극 줄이고 있다는 얘깁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신한·국민·현대·삼성·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점포 수는 158개로 전년 184개에서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모집비용도 5831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7% 줄었습니다.

앞으로 카드모집인과 보험설계사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 과정에서 모집인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습니다. 카드 영업에서 사람의 역할은 더 줄어드는 방향입니다. 반면 보험설계사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이 좋다고만 해서 많이 팔리는 게 아니라, 누가 더 잘 판매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며 “이 역할을 맡는 설계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미현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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