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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수입차 3대 중 1대’ 일본차…한국서 왜 생존 갈렸나 [혼다차의 몰락③]

한때 ‘수입차 3대 중 1대’ 일본차…한국서 왜 생존 갈렸나 [혼다차의 몰락③]

2008년 점유율 35.54% 정점…혼다 철수로 일본차 입지 급격히 축소
전동화·SDV 대응 늦어…‘내구성 좋은 가성비 수입차’ 공식도 흔들
노재팬·환율 부담에 소비자 인식 변화까지…토요타·렉서스만 생존

승인 2026-05-03 06:00:07
연도별 일본차 판매 현황. 한지영 디자이너 

한때 수입차 시장 점유율 30%를 넘겼던 일본차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혼다코리아가 자동차 판매 사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본 완성차 브랜드는 토요타와 렉서스만 남게 됐다.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차가 줄줄이 철수하는 가운데, 일부 브랜드만 생존하는 ‘양극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차는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의 핵심 축이었다. 2001년 토요타가 렉서스를 앞세워 진출한 이후 혼다(2004년), 닛산·인피니티(2005년) 등이 잇따라 들어오며 시장을 빠르게 확장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2001년 수입차 시장에서 10.9%였지만, 2006년 처음으로 30%를 넘었고, 2008년에는 35.54%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2011년 18.03%까지 떨어진 점유율은 2020년에는 7.48%까지 하락하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에도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7.45%에 그치며 6년 연속 10%를 넘지 못했다. 스바루(2012년), 미쓰비시(2013년), 닛산·인피니티(2020년)에 이어 혼다까지 철수하면서 일본차의 외형은 크게 축소됐다.

전동화·상품성 모두 늦었다…가성비 수입차의 붕괴 

렉서스 ES 300h. 토요타와 렉서스는 유일하게 한국에 남아있는 일본 브랜드다. 

일본차의 부진은 전동화 흐름에서 뒤처진 영향이 컸다. 토요타그룹을 제외한 일본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라인업이 제한적이었다. 그 사이 벤츠, BMW 등 주요 브랜드들은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며 격차를 벌렸다.

상품성 변화에 대한 대응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소비자들이 자율주행 보조 기능, 대형 디스플레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 첨단 사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반면, 일본차는 내구성과 완성도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제품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 같은 전략은 과거에는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그룹과 볼보, BMW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것과 달리 일본 브랜드는 여전히 2000년대 초반에 머문다는 평가를 받았다.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출시한 CR-V 부분변경 모델. 눈에 띄는 첨단 기술은 없었다. 김수지 기자  

가격 경쟁력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일본차는 한때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 수입차’로 자리 잡았지만, 가격 상승과 함께 국산차와 독일차 사이에서 차별성이 희미해졌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국산차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자는 독일차로 이동하면서 일본차의 중간 포지션이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노재팬·환율까지 겹쳤다

외부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2019년 ‘노재팬’ 불매운동은 일본차의 국내 입지를 크게 흔들었다. 불매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거치며 2023년 판매량은 1385대까지 떨어졌다. 닛산은 결국 2020년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고, 일본차 전반의 위상도 함께 흔들렸다. 브랜드 선호도와 제품 경쟁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정치·사회적 변수까지 겹치며 회복 동력이 빠르게 사라진 것이다.

한국 닛산이 출시했던 알티마. 한국 닛산 

혼다의 경우 환율 변수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혼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들어오다 보니 관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경비 절감부터 가격 리포지셔닝 등 꾸준하게 노력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관세 등 일부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최근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미국 생산 차량을 들여오는 혼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반면 토요타와 렉서스는 일본 현지 생산 비율이 높아 엔저 효과를 누리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일본차의 변화가 요즘 트렌드 변화에 늦었다”며 “예전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는 사이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은 첨단 사양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닛산, 인피니티, 혼다 모두 이런 변화에 너무 늦었고 전동화 대응도 늦었다”며 “결국 한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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