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9일 (6)
합의 없이 끝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면파업…커지는 투자·계약 리스크

합의 없이 끝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면파업…커지는 투자·계약 리스크

노사 일대일 미팅 취소…8일 노사정 협의 주목
임금·단체협약 요구안 입장차 여전
증권가, 2분기 실적 기대치 하향 검토

승인 2026-05-07 06:00:06 수정 2026-05-07 07:37:41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노조 전면 파업 마지막 날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조는 현장 복귀와 동시에 준법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추가 협의에 나설 예정이지만,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파업에 따른 수천억원대 손실 추정과 함께 투자 지연, 글로벌 경쟁력 위축, 고객사 계약 차질 등 온갖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대표교섭위원인 송영석 피플센터 상무와 박재성 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일대일 면담을 갖기로 했지만 불발됐다. 앞서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총 13차례 교섭과 두 차례 대표이사 면담을 이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사는 지난 4일에도 두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노조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면 파업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사측과의 1대1 미팅이 취소된 배경에 대해 “회사 측 인사팀 상무와 지난 5일 통화한 내용 중 일부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와 희화화돼 유감이라는 표시를 해왔다”며 회사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통화 과정에서 노조에 현재 파업 사태에 이르게 된 원인부터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노조는 직원들이 거부 의사를 밝힌 안건이 갈등의 출발점인 만큼 회사가 이에 대한 책임 인식부터 보여야 한다고 반박하며 맞섰다. 노조는 전면 파업을 마무리하고 이날 조업을 시작했지만,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형태로 무기한 준법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사는 오는 8일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회의에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노조의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 △정액 350만원 추가 인상 △전 직원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임원 인사 계획 및 결과 통지 △노조 요청 시 자료 열람·제공 의무화 △성과 배분, 채용, 인력 배치 등에 대한 공동 의결 △구조조정이나 외주화 시 노사 공동 심의·의결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신기술 및 기계 도입 시 노조의 동의를 반드시 거치라는 요구도 내걸었다. 올 초 현대자동차 노조가 사측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장 투입 계획과 관련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투입할 수 없다”고 반대한 바 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도 단체협약에 ‘다크 팩토리’ 관련 조항을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크 팩토리란 AI(인공지능), 로봇을 기반으로 자율 제조 체계를 갖춘 무인 공장을 일컫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해 왔다. 존림 대표는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바이오의약품 제조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환 청사진을 발표했다. 가상공간에 실물 공장을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제조 환경을 구축하고, 데이터 기반의 고도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해 제조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이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1500억 손실 추산

반면 회사 측은 정액 인상분만으로도 신입사원 초봉 기준 약 7%에 해당하며, 이를 포함하면 총임금 인상률이 약 21.3%에 달한다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사권과 사업 구조까지 노조 의결을 요구한 데 대해선 경영권에 대한 직접 개입과 다를 바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는 교섭의 끈을 놓지 않고 대화를 지속해왔지만, 노조 측의 임금 상향 및 타결금 등의 요구안은 현재 회사의 지급 여력과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 교섭에 난항을 겪어왔다”며 “특히 기업의 인사권, 경영권과 직결된 요구사항은 회사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였기에 협상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월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 앞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제공

전면 파업에 따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전면 파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약 1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생산설비 운영 중단으로 폐기한 물량과 공장 가동 축소에 따른 손실을 고려한 수치다. 지난달 28일 노조의 부분 파업에 따라 비상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선제적으로 23개 배치(같은 조건에서 한 번의 제조로 얻어진 제품 단위)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한 게 이 정도 수준이다.

업계에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의 협력 업체, 생산 차질 등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업이 5일까지 이어질 경우 약 6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5805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추가 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정제하는 방식으로 생산돼 365일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요하다. 공정이 중단되거나 차질이 발생하면 수개월간 진행된 생산분이 한순간에 전량 폐기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유형·무형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당초 예고 시점보다 이른 4월28일부터 자재 소분 부서의 선제적 파업이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부자재가 적기에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원부자재 공급이 난항을 겪으면서 모든 제품의 정상 생산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CDMO 시장 구도 변수…“신속 협상 필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구도에도 노사 갈등은 변수다. CDMO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내부 리스크가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CDMO 기업 론자와의 선두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본 후지필름과 중국 CL바이오로직스 등 경쟁사들 바짝 추격하는 구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상태인데, 노사 갈등이 생산 안정성은 물론 투자 집행 여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규 수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 고객사들은 위탁생산 기업을 선정할 때 생산 안정성을 중요하게 본다. 파업 이슈 자체가 향후 수주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 록빌 생산시설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증권가는 우려를 쏟아냈다. 키움증권은 파업의 영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분기 실적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평가했다. 당장 이번 파업으로 인한 약 15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 금액이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협상이 조기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2분기 실적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에는 임금 인상 소급 적용 비용도 반영될 전망이어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분기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1조2924억원, 영업이익 5983억원 수준이다. 키움증권은 매출 1조2907억원, 영업이익 5894억원을 예상했다. 다만 해당 추정치에는 파업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주가 영향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연초 대비 12%, 지난 1월 고점 대비 24%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노조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2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며 “노조 파업은 실적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빅파마 수주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며 “신속한 협상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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