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힘은 해체해야 혀. 대통령 다섯이 잘려 나갔는디 정신을 못 차려?”
올해로 82세인 김영일씨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 평택 안중전통시장 인근에 앉아 있던 김씨는 목에 핏대를 세웠다. 전통적으로 보수 지역으로 꼽히던 평택의 변화는 구도심에서부터 감지됐다.
84세 박우선씨는 “평택 사람? 그건 별로 안 중요하지”라며 손사래를 쳤다. 구도심과 신도시를 아울러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꺼낸 말은 정당보다도 ‘누가 일을 잘할 사람이냐’는 기준이었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84세 유봉식씨도 정당보다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씨는 “누구 찍을지 아직 못 정했지. 원래 국민의힘을 찍어야 하는데 유의동이가 3번씩이나 하는 동안 뭐 한 게 없어서”라며 “유의동이를 찍어야 하는데 마땅치 않은 거야”라고 거듭 아쉬워했다.
43세 자영업자 최상규씨는 “평택 구도심은 낙후되고 신도시 개발은 지연된 만큼 모두 발전 욕망이 크다”며 “외부인이냐 토박이냐보다도 발전시켜 줄 사람을 원한다”고 전했다.
평택 곳곳에서 ‘인물론’이 강하게 감지되면서, 보수냐 진보냐의 이분법적 셈법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고덕신도시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조성 이후 외지인 유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밥 먹여주나요? 어차피 똑같을 거”
안중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고덕은 180도 다른 풍경이었다.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신도시에서 가장 많이 들린 말은 “관심 없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공원과 카페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먹고 사느라 바빠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는 답이 공통적이었다. 20대 안씨와 박씨부터 40대 박씨와 50대 김씨까지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52세 주부 박씨도 “대부분 정치나 이런 건 전혀 모르시고,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체감상 5명 중 1명꼴”이라고 말했다.
고덕 곳곳에서 감지된 정치적 무관심은 외지인 유입 증가와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34세 김현일씨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외지인이고 저도 여기 사람이 아니다”라며 “체감상 현장 노동자 30명 중 1명꼴로 평택 사람이고, 삼성 정직원들도 동탄이나 다른 곳에서 다니지 평택 사람은 애초에 많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에 대한 무력감도 읽혔다. 45세 오승환씨는 “민주당이 되든 국민의힘이 되든 무슨 상관이냐”며 “삼성 주식 떨어지는 게 더 관심거리”라고 냉소했다.
이어 “평택은 KTX역도 계속 미뤄지고 모든 공사가 늦는다. 아파트부터 문화시설까지 4~5년씩은 걸리더라”며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찍겠지만 사실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잘못했고 지금 대통령이 워낙 잘하니까”
학원이 즐비한 고덕에듀타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의 ‘푸른 바람’이 대세였다.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잘할 사람’을 고민하는 분위기였다.
카페에서 만난 54세 이은숙씨는 “엄마들끼리 국민의힘 이야기는 아예 안 한다”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중 누가 일을 더 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52세 홍경원씨도 “국민의힘이 계엄도 그렇고 윤어게인을 끊지 못한 것도 그렇고 잘못한 게 많다”며 “민주당은 지금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고 조국혁신당은 인지도가 있어 누굴 뽑을지 아직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초등학생 딸을 둔 40세 김수진씨는 “엄마들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김씨는 “엊그제도 지금까지 대통령은 지시만 했다면 지금 대통령은 지시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세심히 확인까지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비닐봉투값, 기름값, 시장과 생필품 물가까지 직접 신경 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에게서도 ‘인물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31세 윤진영씨는 “평택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도 평택 행정력이 별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투표는 꼭 할 거고, 아직 후보들 공약도 잘 모르지만 일 잘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푸른 바람 속 조국 존재감…‘샤이국힘’도 있어”
팽성시장에서는 조국 대표의 인기가 높았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48세 신씨는 “선거운동 오는 후보들 중에 조국이 제일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이 처음엔 새침한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일 마음이 간다”며 “과하게 고생해 안쓰럽다는 말도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말에 과일을 파는 55세 김씨는 “아닌데? 사람들 다 민주당 좋아하는데?”라면서도 “시장에 방문했을 때 가장 환호 소리가 큰 것은 조국”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용남 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던 와중,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1위를 차지했다. 메타보이스·리서치랩이 JTBC 의뢰로 지난 4~5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대표가 26%, 민주당 김 후보가 23%, 국민의힘 유 후보가 18%,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6%,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가 11%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4.4%p, 95% 신뢰수준)
5명 중 1명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평택 시민들에게서 국민의힘 지지 의사를 듣기는 어려웠다. 다만 진보정당 우세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힘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일명 ‘샤이국힘’이라는 것이다.
직장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던 20대 안씨는 “정치 이야기하면 싸움 난다”면서도 “가끔 이야기가 나오면 민주당에 우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표심에는 끝내 말을 아꼈다.
광주에서 평택으로 왔다는 27세 이진현씨는 “3선 의원을 했던 유의동과 황교안 세력도 분명 무시하긴 어렵지만, 5명 중 1명이나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건 놀랍다.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며 “돌이켜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친구들도 ‘샤이국힘’이라 오히려 말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