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산업 규제 환경이 변동기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리더십 교체와 인력 이탈, 정책 가이던스 변화, 신속심사 제도 개편, 공급망 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글로벌 신약 개발사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기대해온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상목 네이처셀 사장은 12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HLB 포럼’ 발표를 통해 지난 1년간 FDA는 조직, 정책, 절차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고 짚었다.
실제 미국 행정부는 마티 마카리 FDA 국장의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약 승인 보류와 백신 정책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백악관은 FDA 조직 전반에 대한 개편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과거 FDA는 안정적인 고위 리더십과 축적된 심사 경험, 예측 가능한 미팅 일정, 일관된 가이던스 운영을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신약 개발사들은 FDA와의 사전 상담, 임상 설계 협의, 허가 심사 일정 등을 토대로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FDA는 이 같은 강점이 약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정 사장의 진단이다. 지난 1년간 FDA에선 지원 인력을 포함해 약 3500명이 이탈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의약품 허가의 핵심 조직인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와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의 주요 리뷰 인력 감축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전체 조직의 기능과 운영 안정성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특히 CDER 수장이 1년 사이 네 차례나 바뀐 점은 FDA 변화의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CDER은 일반 의약품과 혁신·개량신약, 바이오의약품 허가 심사를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리더십이 짧은 기간 반복적으로 바뀌면 심사 철학과 정책 방향,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단순한 인력 감축에 그치지 않는다. 정 사장은 “강제적으로 떠난 인력 외에도 자발적으로 FDA를 떠난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며 “치료 영역별로 경험 많은 심사자들이 빠져나가면서 FDA의 제도적 기억(Institutional memory)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FDA의 판단은 단순한 문서 심사가 아니라 과거 유사 사례, 치료 영역별 위험·편익 판단, 내부 논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인데, 이 같은 경험이 약화되면 기업 입장에선 같은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심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FDA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상시험 단계에서 다양한 인구집단을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인 ‘다양성 행동계획(Diversity Action Plan·DAP)’은 후기 임상 단계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서 DAP 관련 가이던스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설명이다.
가속승인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가속승인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에 중요한 허가 경로였지만, 최근 사후 확증시험, 실제 임상적 유용성 입증, 허가 유지 조건 등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거나 해석이 바뀌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국내 산업에도 민감한 문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 수탁기관(CRO), 원료 공급망, 분석시험기관 등을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허가와 조달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한다면 특정 공급망 의존도가 향후 규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FDA의 심사 성과를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FDA 미팅은 단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임상 개발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의사결정 지점이다. 그러나 최근 규제 미팅 역시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새로운 치료 모달리티를 개발하는 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이 될 수 있다. 이들 분야는 불확실성이 크고, 제품별 특성이 다양해 FDA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 사장은 새로운 치료 모달리티의 기회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신속심사, 희귀질환 지정, 가속승인, 혁신치료제 지정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려면 단순히 제도명을 아는 것을 넘어, FDA가 현재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개발 초기부터 과학, 임상, 허가, 제조, 공급망, 시장 접근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FDA와 소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