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공원과 습지, 수변 공간을 늘리는 기후적응 정책이 폭염과 홍수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집값 상승과 원주민 이주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도시 회복력을 높이면서도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후적응의 역설’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사례다.
KAIST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팀은 북경대, 뉴욕상하이대와 공동연구로 아프리카 32개국 도시를 분석한 결과 녹지·수공간 기반 기후적응 정책이 젠트리피케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 5503개 행정단위를 추적 분석했다.
위성영상과 사회경제 데이터를 결합해 도시공원 조성, 습지 복원, 하천 회랑 복원 같은 ‘그린-블루 적응’ 정책이 실제 도시 구조와 주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폈다.
그린-블루 적응은 녹지와 물순환 공간을 활용해 도시 온도를 낮추고 침수 위험을 줄이는 대표적 기후적응 전략이다.
세계 각국 도시는 폭염과 집중호우 대응 수단으로 그린-블루 적응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환경 개선이 지역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면서 기존 주민의 주거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정책 효과를 정량 검증하기 위해 이중차분법을 적용했다.
정책이 시행된 지역과 시행되지 않은 지역의 변화를 장기간 비교해 도시 성장이나 경기 변동 같은 외부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기후적응 인프라가 도입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종합 젠트리피케이션 지수가 평균 41% 상승했다.
주택가격은 평균 13% 올랐고 가구 소비는 20.3% 증가했다.
외부 인구 유입도 유의미하게 늘었다.
이는 기후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인프라가 오히려 저소득층 주민의 거주 기반을 흔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환경이 개선되면서 투자와 개발 수요가 몰리고, 이로 인해 임대료와 생활비가 상승해 기존 주민이 밀려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번 연구는 단순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유럽과 북미 일부 도시 사례에 머물렀다.
반면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전역을 대상으로 대륙 규모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도시 특성에 맞는 분석 체계도 새롭게 구축했다.
기존 젠트리피케이션 연구는 정식 토지 소유권과 체계적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아프리카 도시 상당수는 비공식 주거지와 불안정한 토지권 구조가 혼재한다.
연구팀은 위성 기반 원격탐사와 사회경제 패널 데이터를 결합해 장기 변화를 추적했다.
특히 녹지와 수공간 변화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된 경우만 기후적응 인프라로 인정해 계절 변화나 일시적 침수를 제외했다.
이를 통해 도시 구조 변화와 정책 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분리했다.
연구는 정책설계 방식에 따라 부작용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임대료 규제만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 압력을 충분히 줄이지 못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반면 재정착 지원체계를 마련한 지역은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완화됐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과 급성장 도시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압력이 더 강하게 나타났고, 저밀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기후적응의 파급효과가 도시 성장 단계와 공간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때문에 기후적응 정책이 단순 인프라 공급에 머물러선 안 되고, 공공주택 공급과 토지권 보호, 재정착 지원, 개발이익 환수 같은 사회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
연구팀은 향후 아시아와 중남미 도시로 분석 범위를 확대해 지역별 차이를 비교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기후적응 정책은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집값 상승과 인구 이동을 유발해 기존 주민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환경 개선뿐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와 주거 안정까지 함께 고려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조혜민 박사과정, 북경대 우롱펑 교수, 뉴욕상하이대학 관청허 교수가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에 게재됐다.
(논문명 : The gentrification paradox of green-blue adaptation in African cities / 저자 : 김승겸(제1저자 및 교신저자), 조혜민(제2저자), Longfeng Wu(제3저자), ChengHe Guan(공동 교신))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