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5)
외형 키운 한화에어로, 엇갈린 안전투자 행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실효성 ‘도마 위’

외형 키운 한화에어로, 엇갈린 안전투자 행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실효성 ‘도마 위’

승인 2026-06-05 18:05:24
대전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이 폭발 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과 서울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4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대전사업장으로 경찰차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이 폭발 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과 서울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4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대전사업장으로 경찰차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방산 부문을 흡수하며 몸집을 키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7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기업의 ESG 선언과 실제 안전투자 사이의 괴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가 대외적으로 공표해 온 안전 투자 계획과 달리, 실제 집행액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이에 따라 자율 공시의 한계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와 현장 중심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참사의 원인과 경영진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강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대전경찰청 수사전담팀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4일 서울 본사와 대전사업장, 대전 R&D캠퍼스 등에 수사관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손재일 대표이사의 휴대전화를 포함해 관계자들의 휴대전화와 공정 관련 서류 등 전자정보 5400여 점이 대거 확보됐고, 현재 디지털 포렌식 분석이 진행 중이다.

압수수색 등 사법 절차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회사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와 실제 투자 집행 사이의 괴리가 비판을 키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4년 안전·보건 분야에 3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해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의 0.2% 수준에 그친다. 더욱이 이 수치는 지난 2023년도 안전 투자 금액인 7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반토막이 난 실정이며, 사측이 직전 연도 보고서를 통해 “2024년에는 76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던 목표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안전투자 축소는 지난 2023년 4월 한화그룹이 방산 사업을 일원화하면서 대전사업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로 편입된 뒤, 외형이 확대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을 더한다. 그룹 내부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원가 절감 기조가 안전 분야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산하 계열사들은 2023년부터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프로그램인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를 가동해 왔으며, 일부 현장에서는 안전장치와 보호장비 관련 예산까지 축소됐다는 내부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회사의 경영 행보에 윤리적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 부문을 흡수하며 대기업으로 외형을 크게 키운 반면, 고위험 사업장의 안전 예산을 전년 대비 반토막 낸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적 처벌 성격이 강해 책임을 엄중히 묻는 편인데, 현행법상 단지 안전 투자를 줄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고의성’을 입증해 법리적 처벌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견해를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같은 자율 공시 체계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본다. 정봉수 강남노무법인 노무사는 “ESG 공시나 보고서는 정책적 성격이 강할 뿐 법적 구속력과 강제력이 부족하다”며 “기업들이 형식적인 지표 관리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이행하고 준수하는 것이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법적 구속력이 약한 자율 공시의 한계가 드러나는 가운데, 기업의 안전 수준을 외부에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하는 법적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할 지가 관건이다.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 후속 입법으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지난 2월 정식 공포됐다. 이중 기업 경영진의 책임과 직결되는 안전보건 현황 공시제도는 오는 8월 1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새로 도입되는 핵심 제도는 ‘안전보건 현황 공시제도’다. 향후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주와 공공기관은 매년 안전보건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시 항목에는 안전보건관리체제와 산업재해 발생 현황, 전년도 실적과 당해 연도 계획, 안전보건 투자와 재발방지대책 등이 포함된다.

개정안은 현장 노동자의 참여와 알 권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대재해에만 한정됐던 재해 원인조사 범위는 화재·폭발, 붕괴 등 예방이 필요한 산업재해까지 확대됐고, 공소 제기 이후에는 재해조사보고서가 공개된다. 또 위험성평가의 각 단계에서 근로자 대표의 참여가 보장되며,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필수 절차를 누락한 사업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율 공시에서 법정 의무 공시로 이행하는 과도기 속에서, 새 제도가 현장의 실질적인 산재 예방 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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