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융합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원전과 전력망이 우선이다."
최근 원자력계가 발표한 공동성명의 요지다.
핵융합 연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예산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명서를 읽으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자꾸 현재와 미래를 경쟁시키려 할까.
전력망 확충이 중요하면 핵융합 연구를 줄여야 하는가.
원전 산업을 육성하려면 핵융합 투자는 뒤로 미뤄야 하는가.
과학기술의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 온 적이 없다.
말과 마차가 주력 운송수단이던 시기에 등장한 자동차는 골칫덩이였다.
말은 건초만 먹이면 됐다.
자동차는 고난이도 정제기술로 만든 가솔린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말보다 느리고, 잔고장에 멈추기 일쑤여서 비웃음을 샀다.
100년이 지난 지금, 말을 운송수단으로 쓰지 않는다.
핵융합이 ‘뭐, 한 5년 후면 전기를 생산할 기술’이 아니다.
그렇다고 먼 미래 공상과학도 아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 국가들이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는 세계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핵융합 연구의 선두권에 올라섰다.
핵융합 연구를 단순히 돈이 얼마나 들고, 언제 전기를 만드느냐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쉽다.
그 과정에서 축적한 초전도체, 극저온, 플라즈마, 소재 등의 기술은 이미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현재 원전은 중요하다.
AI와 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요지는 원전과 핵융합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릴레이 주자에 가깝다.
현재 원전이 탄소중립 시대를 떠받치는 현실적 에너지원이라면, 핵융합은 그 이후 세대를 준비하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다.
원전 산업을 육성하자며 핵융합 연구를 축소하자는 논리는 해괴하다.
둘은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과학기술은 늘 불확실성을 갖는다.
성공이 보장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연구개발이 아니라 구매에 가깝다.
핵융합 예산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그 논쟁이 ‘당장 필요하지 않으니 줄이자’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현재만 바라보는 나라보단, 아직 오지 않은 시대를 준비하는 나라가 옳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