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0일 (6)
1차 실패 딛고 BP 품은 ‘대왕고래’…동해 심해 가스전, 잔불 살릴까

1차 실패 딛고 BP 품은 ‘대왕고래’…동해 심해 가스전, 잔불 살릴까

승인 2026-06-10 18: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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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대왕고래 유망구조서 작업을 준비하는 웨스트 카펠라호. 한국석유공사 제공
지난 2024년 대왕고래 유망구조서 작업을 준비하는 웨스트 카펠라호. 한국석유공사 제공
한때 좌초 위기에 몰렸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인 영국 BP(British Petroleum)를 파트너로 확보하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기업이 지분 투자와 함께 오는 9월 탐사 착수를 예고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논란을 뒤로 하고 과학적·상업적 잠재력에 다시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다만 향후 수조 원대 개발 비용 조달과 매장량의 경제성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1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산업통상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달 영국 BP를 동해 심해 가스전 공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관련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현재 본계약 체결을 위한 세부 조건 협상 단계에 있다.

협상안의 핵심은 지분율 51대 49 구도로 한국이 경영권을 갖되, 리스크가 높은 초기 탐사 시추 비용의 대부분을 BP가 부담하는 구조다. 메이저 업체가 우리 해역에서 실질적 공동 탐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안팎에서 수조 원대 개발 비용을 무릅쓰고 사업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천연가스 자체 조달에 따른 거대한 경제성과 에너지 안보적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한국은 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 상시 노출돼 있다. 만약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해 140억 배럴에 달하는 추정 매장량이 생산 가능한 양으로 경제성 있게 확보된다면 국산화 단계에 진입하게 되며, 이는 수입 대체 효과를 넘어 지정학적 위기 시 전력 시장의 수급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안보 방파제를 구축하는 것과 같아진다는 평가다.

노남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실장은 “경제성 있는 양이 확보만 되면 무역수지 측면에서 천연가스 수급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면서 수입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압도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노 실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MMBTU당 10불 정도가 수입 가격이었는데 거기서 약 3불은 액화 비용이고, 1~2불은 수송비이기 때문에 사실상 운송·액화 비용이 상당히 크다”며 “동해 심해 가스전은 해저로 가스 배관을 깔아 육상으로 보내는 방식이라 액화할 필요가 없고 수송선도 필요없기 때문에, 순수 생산 원가는 현재 LNG 수입 대비 상당히 저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자원 개발 역사에서 이러한 비관론을 뚫어내고 기적을 이뤄낸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70~1980년대만 해도 국내 유전 탐사는 실패를 거듭해 왔고 외국계 메이저 기업들마저 철수하며 “한국 앞바다에선 석유가 절대 안 나온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1998년 석유공사가 지속적으로 매달린 끝에 동해-1 가스전에서 상업성 있는 천연가스층을 찾아냈고, 2004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하며 대한민국을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린 바 있다. 당시 소규모 가스전임에도 총 투자액이 약 1조2000억원에 달해 수익성 논란이 빗발쳤으나, 자원 고갈로 동해-1 가스전이 생산을 멈춘 2021년 말 기준 누적 매출액 약 2조6000억원(당시 약 24억달러)을 기록하며 투자비 대비 200% 이상의 회수율을 달성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최근 중동 사태로 국제적 긴장이 심화하면서 상시적인 글로벌 가스 공급망 불안과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자원 개발의 전략적 가치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 필요성이 과거 대비 매우 높아진 셈이다.

특히 한국은 석유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 정제·화학 강국’이지만 정작 원료 수입 공급망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늘 지정학적 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만약 이번 프로젝트가 유효할 경우 석유·가스 자원을 자체 조달해 정유·석유화학 라인의 안정화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망이다. 1차 시추 당시 실패 요인은 반복적인 시추 과정에서 드는 막대한 비용 대비 향후 상업적 사업성이 불투명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진행했던 1차 시추 결과에 따르면 저류층 및 덮개암 등 석유 시스템 요소는 시추 전 예상과 상당히 일치했으나, 핵심 지표인 가스 포화도가 예측치(50~70%) 대비 크게 낮은, 생물 기원 가스 평균 약 6%에 불과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시추 비용으로 1200억원가량이 소모됐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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