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일 (3)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휴머노이드가 세상을 움직인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휴머노이드가 세상을 움직인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승인 2026-07-01 09: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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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아침에 커튼은 스스로 열리고, 커피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현관문을 나서면 자율주행 차량이 기다리고, 회사에 도착하면 사람보다 휴머노이드가 먼저 출근해 있다. 공장에서는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병원에서는 환자를 돌보고, 식당에선 음식을 서빙한다. 농촌에서는 씨앗을 뿌리고,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을 올린다.

우리는 그들에게 이름 대신 번호를 붙인다. 충전이 필요할 뿐 피곤함은 없고, 실수도 적으며, 월급도 요구하지 않는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파업도 하지 않는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는 더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언뜻 보면 모두가 꿈꾸던 미래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풍경 속에서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휴머노이드가 사회를 움직이는 시대가 된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게 될까.

인류의 역사는 늘 도구를 만드는 역사였다. 돌도끼는 인간의 손을 대신했고, 증기기관은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다. 컴퓨터는 인간의 계산을 대신했고, 이제 AI와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판단과 노동까지 대신하려 한다. 우리는 늘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했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조금 다르다. 과거의 기계는 인간을 도와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예전에는 기계를 보며 "참 편리하다"고 말했다면, 이제는 휴머노이드를 보며 "내 일을 대신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도구가 경쟁자가 되는 순간이다.

많은 사람들은 걱정한다. "내 직업은 사라지는 것 아닐까?" 그 걱정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이고, 물류와 제조, 서비스업, 심지어 사무직까지 AI와 휴머노이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일자리를 잃는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어쩌면 더 큰 문제는 일이 아니라 역할을 잃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이유는 월급 때문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 사회의 한 부분이라는 소속감, 하루를 의미 있게 보냈다는 만족감도 함께 얻는다. 그래서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삶의 의미를 만드는 과정이다.

만약 휴머노이드가 대부분의 일을 대신하게 된다면 우리는 돈보다 먼저 "나는 왜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걸까. 필자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AI와 휴머노이드가 잘하는 것은 ‘정답‘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이 잘하는 것은 ‘질문‘을 만드는 일이다. AI는 가장 빠른 길을 계산한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인간이 결정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다움은 더 선명해질지도 모른다.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미래 사회에서는 성공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빨리 계산하는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AI가 그 모든 일을 더 잘하게 되면 인간은 다른 능력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능력.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능력. 새로운 상상을 하는 능력. 공감하고 용서하며 함께 살아가는 능력. 이런 것들은 효율로 측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를 유지하는 데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어쩌면 학교도 달라질 것이다. 지식을 외우는 교육보다 질문하는 교육이 중요해질 것이다. 정답을 맞히는 학생보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학생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기업도 변할 것이다. 스펙보다 창의력과 협업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길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성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사회를 장악한다고 해서 인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더 인간다운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고, 사회는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국가는 새로운 복지 제도를 고민해야 하고, 기업은 AI가 만든 부를 어떻게 사회와 나눌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만큼 제도와 철학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불평등을 키우는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AI가 인간을 이길 것인가를 묻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AI 시대에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휴머노이드는 도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AI는 기업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서로를 믿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알고리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가치는 다른 존재보다 일을 더 잘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군가의 눈물을 함께 흘릴 수 있고, 실패한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으며, 보이지 않는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것.

별을 보며 이유 없이 감탄하고, 음악을 들으며 추억에 잠기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것. 그런 비효율적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들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휴머노이드가 사회를 움직이는 시대가 와도, 세상을 끝내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차가운 금속의 손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은 AI 시대에도 결코 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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