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3일 (5)
전통에 자개의 빛을 더한 ‘심쿵 작가’ 유예주 [쿠키인터뷰]

전통에 자개의 빛을 더한 ‘심쿵 작가’ 유예주 [쿠키인터뷰]

"민화는 과거의 그림이 아니라 오늘을 위로하는 예술입니다"
통일부 장관상 수상·개인전 9회·100여 회 전시…전통과 현대를 잇는 민화의 새로운 길을 열다

승인 2026-07-02 19: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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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소망을 담아온 그림이다. 장수를 기원하고, 풍요를 바라며, 평안을 염원하는 마음이 한 폭의 그림에 담겼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민화는 때로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박물관 속 예술로만 인식되기도 한다.

유예주 작가는 이 같은 편견을 깨는 작가다. 그는 민화를 과거에 머물러 있는 문화유산이 아닌,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숨 쉬는 예술로 바라본다. 전통 민화에 자개의 빛을 입히고 천과 한지, 현대적인 조형 감각을 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심쿵 작가’라는 이름처럼 그의 작품은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자개와 섬세한 민화의 선,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와 길상 문양은 관람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긍정의 에너지를 건넨다.

쿠키뉴스가 유예주 작가를 만나 민화를 향한 애정과 작품 세계, 그리고 앞으로의 꿈을 들어봤다.

"민화를 만난 순간, 제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유 작가는 어릴 적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전통 공예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민화와 자개로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특히 민화와 자개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오래된 문화인데도 전혀 낡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그때 ‘내 방식으로 전통을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전통의 정신을 지키되,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감각을 더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민화에는 사람들의 삶과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유 작가가 민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화려한 색채 때문만은 아니다.

"민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그림입니다. 장수를 바라고,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고, 풍요를 꿈꾸는 마음이 담겨 있죠. 그래서 따뜻합니다. 저는 그 따뜻함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에 해바라기와 꽃, 학, 복숭아 같은 길상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바라기는 희망이고, 복숭아는 장수이며, 학은 평안과 행복을 상징합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림 한 점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로서 큰 행복입니다."

"자개의 빛은 민화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유예주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자개를 활용한 독창적인 표현이다.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자개의 색감은 민화의 상징성과 만나 깊이 있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자개는 살아 있는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작품의 분위기도 달라집니다. 그 변화가 민화와 만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만들어냅니다."

최근 개인전 ‘천 위에서 민화를 만나다’ 역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이었다.

천이라는 친숙한 소재 위에 민화를 그려 전통이 우리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관람객의 미소가 제 작품의 완성입니다"

예술가의 길은 늘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표현의 한계를 느끼고 작업 방향을 고민했던 시간도 적지 않았다.

"가장 힘든 순간은 제 마음이 작품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거나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씀해 주실 때면 모든 고민이 사라집니다."

그는 작품은 작가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과 만나면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는다.

"민화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

유 작가는 앞으로 민화의 표현 영역을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회화뿐 아니라 공간예술과 공공미술, 다양한 재료와의 융합을 통해 민화를 더 친숙한 예술로 만들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민화는 오래된 그림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새로운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후배 예술인들에게도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유행은 변하지만 진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낸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빛을 가진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유예주 작가는 전통 민화와 자개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현대민화 작가다.

경상국립대 건축학과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사천가은갤러리 대표를 맡아 작품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 영남미술대전,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한국전통문화협회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전통문화협회 사천지부장과 감사, 한국미술협회 회원, 가회민화협회 회원, 민화연담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제26회 통일문화제 통일미술대전 민화부문 대상(통일부 장관상), 2024 대한민국 한서문화예술인대상, 문화예술지도자 대상(국회 국방위원장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전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개인전 ‘심쿵이야기’, ‘천 위에서 민화를 만나다’ 등 개인전 9회, 국내외 초대전과 단체전 100여 회 이상 참여하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민화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유예주 작가의 작업노트에 적힌 이 한 문장은 그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설명한다. 전통은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확장되는 생명력이라는 믿음. 그 믿음은 오늘도 민화에 새로운 빛을 더하며, 관람객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따뜻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사천=강연만 기자 kk77@kukinews.com
강연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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