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 환자가 즐거운 상황에서도 잘 웃지 못하는 이유는 심리적 변화가 아닌 세로토닌 신경회로와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 정창진·김형준 박사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정재준·송영규 박사, 대전대한방병원 정인철 교수와 공동연구로 우울증 환자의 긍정적 얼굴표정 감소 원인을 인공지능(AI)로 분석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AI가 사람의 얼굴에서 읽어낸 작은 표정 변화를 뇌와 유전자 수준의 변화까지 연결했다.
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질환으로, 즐거운 일에도 기쁨을 충분히 느끼거나 표정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쾌감(anhedonia)’이 대표적 증상이다.
그러나 어떤 뇌 기능 변화가 이런 현상을 만드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울장애 여성 66명과 건강한 여성 46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참가자들에게 즐거운 영상과 슬픈 영상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AI 기반 얼굴표정 분석 기술로 미소와 웃음 등 긍정적 표정을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동시에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분석하고, 혈액에서는 세로토닌 수송체 유전자 ‘SLC6A4’의 DNA 메틸화 정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우울증 환자는 즐거운 영상을 볼 때 건강한 사람보다 긍정적인 얼굴표정이 55% 적었다.
이는 감정을 표정으로 표현하는 능력 자체가 크게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어 AI 분석 결과를 뇌영상과 연결해 웃음이 줄어드는 이유를 추적했다.
그 결과 웃는 표정은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핵심 부위인 배측 솔기핵(dorsal raphe)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신경회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배측 솔기핵은 뇌 속 세로토닌 대부분을 만드는 영역으로, 세로토닌은 감정과 동기, 수면, 식욕, 스트레스 반응 등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특히 우울증 환자에서는 배측 솔기핵과 시상상부(epithalamus), 중뇌수도주위회색질(PAG)을 연결하는 신경회로의 기능적 연결성이 건강한 사람보다 더 강하게 나타났다.
시상상부는 감정과 동기를 조절하고, 중뇌수도주위회색질은 웃음과 울음 같은 감정 표현을 조절하는 부위다.
연구팀은 감정을 표현하는 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웃는 표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이런 변화가 유전자 수준에서도 나타나는지 추가 분석했다.
세로토닌 수송체 유전자(SLC6A4)의 DNA 메틸화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메틸화 수준이 높았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에 화학적 표지를 붙여 유전자 활성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로, 메틸화가 증가하면 해당 유전자 기능은 감소한다.
또 메틸화 수준이 높을수록 배측 솔기핵과 시상상부, 중뇌수도주위회색질 사이의 연결성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얼굴표정 감소가 뇌 회로 변화와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환자 기분을 설문이나 면담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이번 연구는 표정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행동 지표를 마련함으로써 향후 AI 기반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가능성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향후 얼굴표정 분석과 뇌영상을 결합해 우울증 진단은 물론 치료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정 박사는 “얼굴표정은 감정 상태를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행동 지표"라며 ”이번 연구를 출발점으로 뇌 기능과 생물학적 변화를 함께 분석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정신건강 평가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논문명: Understanding attenuated positive facial expression in depressed women: central role of dorsal raphe network alterations and associated serotonin transporter methylation)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