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돈이 정치의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관련 문제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며 “최소한 직전 전당대회 수준으로 하는 안이 검토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기탁금 조정 방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논란의 발단은 대폭 인상된 전당대회 기탁금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후보 등록 공고를 내고 당대표와 최고위원 예비경선 기탁금을 각각 2000만원으로 정했다. 직전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 후보가 1500만원, 최고위원 후보가 500만원을 냈다.
당대표 예비경선 기탁금은 500만원 늘었지만 최고위원은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4배가 됐다. 만 39세 이하 원외 청년 후보에게 50% 감면을 적용하더라도 예비경선에서 1000만원을 내야 한다. 본경선에 진출하면 25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선거운동과 홍보 등에 드는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 조직과 자금력이 부족한 원외 청년 정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 후보들은 현역 의원과 달리 후원금을 모으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도 호소하고 있다.
최고위원 예비후보인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원내 후보와 달리 원외 청년 후보는 후원회 개설이 불가능하다”며 “예비후보 등록 후 후원회를 개설하려 해도 시간이 걸려 예비경선 기간에는 사실상 후원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스스로 기득권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너무도 맞다”고 토로했다.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청년들에게 지지와 참여를 요구하면서 정작 당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전 사무국장은 후보 등록 공고가 등록 시작을 약 29시간 앞두고 나왔고, 기탁금 인상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돈이 없는 사람은 선거에 도전할 수 없는 금권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보미 후보도 “돈이 있어도 정치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끼는데 돈 없는 청년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오죽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기탁금을 낮춰 달라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역 의원보다 원외 청년 후보의 기탁금 부담이 크다며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기탁금 문제가 이 대통령의 발언 이전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기됐고 선관위에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탁금 책정은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구체적인 인상 배경과 논의 과정은 지도부에도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에서 의결한 사항이 아니다 보니 논의 과정과 경위를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탁금 논란에 앞서 청년 최고위원 신설이 무산된 것도 청년 정치 홀대론을 키웠다.
민주당은 청년의 지도부 진입을 보장하기 위해 청년 최고위원을 별도로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당대표 선거의 선호투표제 도입 문제와 함께 논의되는 과정에서 최종 부결됐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은 청년을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보면 청년들의 가슴을 때리는 정책만 만들고 있다”며 지도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송영길 의원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당대회 출마 자격의 예외를 인정한 결정도 형평성 논란으로 번졌다.
송 의원은 복당 후 6개월, 김 전 부원장은 당비 납부 요건을 각각 충족하지 못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출마를 허용했다.
반면 2022년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입당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대표 경선 출마가 무산됐다.
박 전 위원장은 “청년은 안 되고 686은 된다는 불공정 정당을 공식 선포한 날”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두 사례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 의원과 김 전 부원장은 오랫동안 당원으로 활동했고 탈당과 당비 미납에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장 대변인도 두 사람이 장기간 당적을 유지하다 외부적인 사유로 요건을 채우지 못한 만큼 박 전 위원장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청년층 표심 이탈을 되돌리기 위해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정치 참여 기회를 넓히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년 최고위원 신설은 무산됐고 출마 비용은 크게 늘었다. 여기에 후보 자격 기준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까지 겹쳤다.
선관위가 기탁금을 다시 낮추더라도 민주당의 청년 정치 확대 방침이 선거 구호를 넘어 당의 제도와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미경 기자 95923ki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