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아이들을 버렸고 문재인은 부모를 버렸다”

[이영광의 간(間)보기] 세월호 희생자 고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씨

기사승인 2022-04-18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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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아침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구조가 잘 진행될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세월호는 그대로 침몰했고 304명이 희생당했다. 이후 사람들은 이게 나라냐며 달라질 것을 다짐했다.

8년이 흘러 지난 16일 8주기를 맞이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끝나간다. 이 시점에서 유가족들이 어떻게 8주기 맞이하는지 듣고자, 세월호 희생자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인 박은희 씨와 지난 12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1주기 건 8주기 건 그날이 돌아오면 다시 그날로 돌아가는 것 같아”

“박근혜는 아이들을 버렸고 문재인은 부모를 버렸다”
                                    ▲ 세월호 희생자 고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씨(박은희 제공)
 
- 세월호 8주기를 앞두고 있는데 8주기를 맞이하는 심경이 어떠세요?
▶“저희는 1주기 건 2주기 건 8주기 건 매번 참사의 그날이 돌아오면, 몸과 마음은 그날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요. 근데 올해는 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대선이 끝나서 그럴까요?
▶“대선도 그렇고 또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재인 정권이 이제까지 보여준 결과들 때문에도 그렇죠. 또 저희가 지난 8년을 되돌아보게 되잖아요. 특별법이라든지 가장 정말 온 힘을 들인 정권 교체까지, 어느 것 하나 저희 가족들한테 쉬운 게 없었거든요. 특히 정권 교체를 위해서 촛불 집회에 저희 가족들이 쉬지 않고 참여한 건 거의 죽을 걸 각오한 거예요. 왜냐하면 1기 특조위 강제해산으로 다들 몸 상태가 엄청 안 좋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올라가 남은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거거든요. 그런 일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직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너무 허망하고 애들한테 미안하죠.”

-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게 나라냐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지금도 그 질문을 계속하게 되는 거죠. 참사 전에는 나라가 존재하고 국민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 일 겪으면서 가족들은 국가는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국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이게 나라냐고 소리칠 수 있게 된 거죠. 저는 그게 굉장히 단순한 질문이지만 정말 큰 전환점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전환점이 됐다고 해서 바로 90도로 꺾여서 저희가 가지는 못하거든요. 서서히 바뀌는 거죠.”
 
- 그러면 이게 과정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물론 처음에는 가족들도 그렇고 국민들도 그렇고 참사가 워낙에 큰 거였기 때문에 단번에 바뀔 거라고 기대했어요.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린 사람도 아니라는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켜켜이 지내온 이 역사의 무게는 그렇게 간단히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걸 체감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가져야 되는 건 ‘왜 이게 한 번에 안 바뀌지’라고 자포자기하기보다 그래도 각도를 틀었으니까 이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 얼마 전에 서울교통공사가 정치적 중립 이유로 세월호 8주기 광고를 불허했는데.
▶“이 중립이라는 말이 굉장히 말랑말랑하고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또 되게 비겁한 말이잖아요. 그래서 2014년도에도 교황이 왔을 때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라는 말을 했던 것이 많은 사람이 공감했고요. 특히 이번에 416 해외 연대에서 하려고 했던 광고는 문구나 내용을 봐도 그저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위해서 우리가 끝까지 남은 자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자’라는 이야기거든요. 이것은 생명에 관한 이야기고 안전에 관한 이야기인데 거기에 중립이라는 단어 특히 그 앞에 수식적으로 정치적이란 말 썼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작년에 광화문에서 서울시의회 앞으로 옮겼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지금은 공사도 있어서 일시적으로 옮긴 거라고 저희 가족들은 생각해요. 앞으로 6월에 어떤 서울시장이 정말 뽑힐지가 관건일 것 같은데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죠. 우리가 계속해서 참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제대로 기억해야지만 또 반복되지 않는다고 저희 가족들은 생각하거든요. 지속적으로 이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죠.”

“침몰 원인에 대한 수사는 반도 안 됐어”

-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은 잊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지금도 유지되는지 아니면 그때만이었을까요?
▶“저희가 8주기를 맞아서 지역을 내려간다든지 아니면 단체들을 찾아가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잊지 못하는 것 같아요. 참사 초기에 간담회 갔을 때 학생들이 ‘어머니 이건 잊지 않는 게 아니고요. 저희는 잊을 수가 없어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지금 사실 고령층들이 가진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잖아요. 한국전쟁이요. 그것 때문에 진영 논리 관련해서 있는 고정관념들을 떨쳐버리지 못하잖아요.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이 공포와 적대감으로 남았다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세상으로 가야 돼. 이 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란 기억을 끊임없이 사람들한테 던져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잊을 수가 없어요.”

-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잖아요. 8년이 지났는데 현재 얼마나 밝혀졌나요?
▶“참사 직후 현장에 있던 해경 말단 직원들 대상으로만 책임 물었잖아요. 현장에 없지만, 상위 지휘 체계에 있는 사람들이 같이 책임져야 되는 부분에 대해서 검찰이 엄격하게 적용해야 된단 입장을 견지해서 윗선에 대한 조사가 계속 안 됐거든요. 해경 지휘부 같은 경우도 기소가 6년 만에 이루어진 거죠. 하지만 작년에 결국 거의 다 무죄 판결이 나서 저희가 다시 항소심을 진행 중이긴 한데 6년 만에 기소가 됐으니 어떻게 책임 묻는 게 제대로 진행이 되겠어요? 특히 청와대 같은 경우 기소는커녕 그 당시 청와대 자료 열람이 아직도 국회 통과가 안 됐잖아요. 그러니 책임자에 대한 수사는 거의 안 되는 거죠.
그리고 침몰 원인에 대한 규명도 박근혜 씨가 계속 인양을 지연시켰기 때문에 자료 조사 부분에서 명확한 결론을 지금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외인 설과 내인 설이 이 두 가지가 팽팽한 상태에요. 외인 설이 사실 아닌 걸 증명하려면 당시 군부대 등이 주변에서 어떻게 움직였고 거기에 어떤 자료들을 갖고 있었는지를 수사해야 되는데 아직 완벽하게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침몰 원인에 대한 수사는 반도 안 됐죠.”

- 일부에선 침몰 원인이 밝혀졌지만, 유가족들이 안 받아들이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가능성이 내인 설 외인 설 둘 다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근거가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이쪽에도 아직 근거가 남아 있는데 이걸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인지 명확해질 때까지 수사를 해야 되는 거죠. 가능성이 있는 둘 중 하나는 아니라는 좀 더 정확한 증거가 있어야 되요.”

- 중요한 건 침몰 원인보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 아닌가요?
▶“그렇죠. 왜냐하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완전히 정지가 돼 버린 거잖아요. 아래서는 위에서 명령만 날아오기만을 기다린 거고 위에서는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무능하든지 아니면 뭔가가 있던지 둘 중에 뭔지를 밝혀줘야지 저희는 이해가 되는 거죠.”

“박근혜와 문재인, 차이 없어”

- 다음 달이면 문재인 정부 임기가 종료됩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 것 같은데
▶“기대가 컸죠. 어떻게 보면 저희는 참사 이후에는 대통령은 우리 일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우리 손으로 뽑아서 보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4년을 '참을 인' 자를 수천 개 써가면서 기다린 거죠. 그런데 그 결과가 박근혜 씨 사면으로 끝이 나버렸으니까 진짜 가족들이 이런 일을 겪고도 죽지 않고 버티는 게 기적이에요.”

- 안 한 걸까요. 못한 걸까요?
▶“안 한 거죠. 국민은 무시하고 박근혜 씨도 풀어놓을 수 있는 권력이 대통령한테 있는데요. 안 한 거죠. 이건 안 한 거예요.”

-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되고 가장 먼저 만난 게 세월호 유가족 아니었나요?
▶“그러게요. 중간에 누가 문재인 대통령 바꿔치기했든지 아니면 철저하게 포커페이스로 저희를 속인 거죠. 저희가 진짜 4년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너희들이 뽑아놓고 왜 너희들이 흔드냐? 기다려라.’고 했어요.”

- 참사 당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거하고 똑같네요.
▶“똑같죠. 아이들은 세월호 배 속에서 계속 ‘기다리라고 가만히 있으라’라는 소리를 들은 거고 가족들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정말 말을 못 하게 입에 보이지 않는 재갈을 물려놓은 거죠. 그래서 박근혜 정권이 저희 아이들을 버렸다면 문재인 정권은 저희 부모들을 버렸죠.”

- 그럼 차이가 없다고 보세요?
▶“네 저는 차이가 별로 없다고 봐요.”

- 앞서 잠깐 말씀하셨는데. 박근혜 씨 사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어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죠. 사실 국민이 촛불을 든 이유는 국정농단도 있었지만,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되는데 박근혜 씨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자기를 스스로 수사하게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고 계속해서 진상규명을 실제로 막았고 했기 때문에 끌어내려서라도 왜 그랬는지를 묻고 싶었던 거잖아요. 근데 파면 사유에 세월호 참사가 인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도 가족들은 완전히 세상이 다 무너지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일단 내려왔으니까 수사를 할 기회는 있겠다고 생각하고 문재인 정권 5년 가까이 기다린 거잖아요.
사실 박근혜 씨를 감옥에 넣은 건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 한 건데 국민들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사면을 해버렸죠. 저희는 얼굴 보는 것도 지금 너무 괴로워요. 대통령이 뭔데 국민이 파면시킨 사람을 마음대로 사면하냐고요. 이 일은 저희 죽을 때까지 용서 못 해요.”

- 앞으로의 과제가 있을까요?
▶“사참위 활동이 6월이면 종료돼요. 그리고 2024년이 되면 공소시효도 끝나게 되어 좀 초조하죠. 2년이 뭔가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한데 지금 새로운 정부에서는 어떻게 이걸 풀어가야 될지 모르죠. 또 검찰 쪽은 이미 특수단 활동에서 보듯이 세월호에 관심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에 그쪽도 어렵죠. 그래서 남은 건 국회나 민간 차원에서 계속 조사라도 이어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데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가족 차원에서는 계속 국회하고 소통하면서 또 법적으로 이걸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하죠. 또 아직 항소심이라든지 또 유가족 사찰이나 특조위 방해 부분에 대해 계속 재판이 이어지니까 그것들이 어떻게 결론이 나는지 지켜봐야 될 숙제가 있고요.
그리고 저희 아이들이 아직도 안산 4.16 생명 안전공원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요. 원래는 5월 착공 예정이었는데 여러 번 연기가 되고 있어서 이 일을 진행하고 있어서 애쓰는 가족들 속이 다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어요. 거기다가 정권 바뀌었죠. 곧 시장도 바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정권이나 시장이 누가 되든 간에 이 일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저희가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가장 큰 숙제는 문재인 정권에서 저희 가족들이 너무 상처를 받아서 이걸 어떻게 치유하고 다시 힘을 내서 전열을 다시 가다듬고 가족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마련할까가 제가 봤을 때는 숙제인 것 같아요.”

“나와 다음 세대를 위해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 어머님에게 세월호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에 저희 교회 목사님이 너무 크게 자라서 길 막는 고로쇠나무를 잘랐거든요. 그 나무에서 계속해서 고로쇠 물이 솟아 나오는 거예요. 그 물을 주신 적이 있어요. 저 잘린 나무가 꼭 세월호를 겪어 모든 걸 그냥 다 잃어버린 저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이 끝도 없이 나오던데 저희도 이 상처가 멈추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전에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나요. 그때처럼 온전하게 100% 즐거울 수도 없고 미래를 생각하며 행복을 꿈꿀 수도 없고 완전히 잘린 나무처럼 그래도 언젠가는 잎이 나오긴 하겠지만 완전한 회복은 어려운 거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해 주세요.
▶“얼마 전에 친한 목사님이 8주기 앞두고 기억 예배 웹자보 만들 때 숫자 8을 옆으로 뉘여서 포스터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하셨어요. 근데 8을 옆으로 뉘이면 무한대(∞)가 되거든요. 그래서 이 싸움은 끝까지 가야 된다는 의미에서 한번 생각 해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국은 그게 채택은 안 됐는데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세월호참사로 우리가 빼앗긴 것이 저나 저희 유가족들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무한대고 세월호 참사 초기에는 누가 ‘이거 10년은 더 걸릴걸요.’라고 그래서 ‘그러면 가족들 다 죽어요.’라고 얘기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저희가 끝까지 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내 대에 못하면 다음 대에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된다는 각오로 함께해 주셔야 되지 않을까 해요.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생기지 않게 우리 끝까지 갑시다. 나와 다음 세대를 위해서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