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하고 예의 없는 강진군 관광정책

무능하고 예의 없는 강진군 관광정책

‘강진 누구나 반값여행’ 사업량 2배 늘리고 홍보 열 올렸지만 예산은 66% ‘감액’
사업비 소진돼 정산금 체납하고도 치적 홍보 여전…“관광객 놀리나” 비판도

기사승인 2025-05-28 14:47:40
강진군은 지난 5월 2일 자정을 기해 반값여행 신청 접수를 마감했고, 여행경비 정산도 6일 자정 마감했다. 올해 본예산에 편성한 사업비가 모두 바닥났기 때문이다. 강진군 홈페이지 초기화면.
전남 강진군이 지역 관광자원을 활용한 생활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강진 누구나 반값여행’이 인근 시‧군 관광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강진군의 계획성 없는 예산 편성과 이용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홍보로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강진군이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값여행 등의 효과로 지난 한 해 주요 관광지 관광객은 11월 24일 기준 265만 명으로 전년 대비 25%(50만 명 이상) 증가했다. 

또 지난해 반값여행 관광객 1만5000여 팀에 총 22억 원의 여행경비를 강진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단순한 계산으로 반값여행객들이 지출한 금액은 최소 직접 지출액 44억 원과 강진군 반값여행 지원금 22억 원 등 66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계산이다.

강진군은 생활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2025년을 ‘생활인구 증대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강진 누구나 반값여행’을 중심으로 생활인구+정주인구 정책을 탄탄하게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반값여행 지원 대상 금액, 지원신청 횟수를 2배 이상 늘리고, 정산 횟수도 1일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5월 2일 자정을 기해 반값여행 신청 접수를 마감했고, 여행경비 정산도 6일 자정 마감했다. 올해 본예산에 편성한 사업비가 모두 바닥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산 신청된 여행경비를 지급하지 못한 경우도 2000여 팀에 이른다. 팀당 평균 정산액이 11만5000원으로 추산돼 최소 2억3000여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업 예산 24억 원의 10%에 가까운 규모다.

강진군 관계자는 ‘관광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사업이 조기 마감됐다. 적극적으로 홍보한 효과’라며, 제대로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해 행정 신뢰를 추락시킨 데 대한 반성보다는 여전히 자랑이 먼저다.

이 같은 사고는 예견됐었다. 강진군은 사업 규모를 2배 이상 늘려놓고도 올해 관련 예산은 지난해 지출액 22억 원의 9%인 2억 원을 늘리는 데 그치는 무능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강진군이 사업비가 바닥나면서 반값여행을 조기 종료한 것은 물론, 정산금조차 지급하지 못한 채 체납 사태를 빚어놓고도 지난 19일, “강진 반값여행 덕분에 아들·며느리가 효자 됐어요”라는 보도자료를 내 치적 홍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강진군 홈페이지 화면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 규모가 2배 이상 늘었으면, 사업비 역시 그에 준하도록 확보해야 하는게 통상적이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예산 조기 소진에 대해 군 관계자는 “관광객이 이렇게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측에 실패해 실행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강진군의 뻔뻔함이다. 반값여행을 ‘대박’, ‘흥행’ 등의 단어를 써 가며 성공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리 성공적인 사업은 아니다.

강진군은 2024년 본예산에 반값여행 사업비로 64억 원을 편성했지만, 집행액은 3분의 1 수준인 22억 원에 그쳐 나머지는 불용처리했다. 계획 대비 집행률이 34%에 그친 것이다.

이 같은 낮은 집행률이 올해 예산 편성의 발목을 잡아 결국 사업 조기 중단(?) 결과를 초래했음에도 ‘성공’이라며 자화자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관광객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을 조기 종료한 것은 물론, 정산금조차 지급하지 못한 채 체납 사태를 빚어놓고도 지난 19일, “강진 반값여행 덕분에 아들·며느리가 효자 됐어요”라는 보도자료를 내 치적 홍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사업이 중단된 5월 2일까지 강진군이 제공한 보도자료 중 반값여행이 언급된 것만 33건으로, 평균 매주 2건 이상이다.

아직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는 한 관광객은 “약속도 못 지키면서 누굴 놀리나?”라고 비판했다.

여행 전부터 기대가 컸었다는 또 다른 관광객은 “사전에 안내받은 대로 여행 당일 또는 익일 지급된다는 말을 믿고 일정을 짰기에 여행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별다른 공지 없이 지급이 중단된 점은 매우 아쉽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강진군은 6월 강진군의회 임시회에서 추경으로 예산을 확보해 미지급 정산금부터 지급한 후 7월부터 ‘강진 누구나 반값여행 시즌 2’를 새롭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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