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 대한민국의 외교·경제를 좀먹는다 [혐오의 시대②]

외국인 혐오, 대한민국의 외교·경제를 좀먹는다 [혐오의 시대②]

‘혐중’에서 ‘외국인 혐오’로…정치적 갈등 속 커지는 배타성
UN·국제사회, 한국 사회 인종차별 우려 공식 표명
“혐오·배제, 외교·경제·사회적 손실만 남긴다” 전문가 경고

기사승인 2025-06-01 06:00:07
‘혐오’는 ‘몹시 싫어하고 미워함’을 뜻한다. 이제 이 감정은 단순한 정서를 넘어 일상의 언어이자 놀이처럼 소비되는 시대가 됐다. 조롱은 ‘밈’이 되고, 차별은 유머로 포장된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좀먹는 독성이 자리한다. [혐오의 시대] 시리즈는 혐오가 정치, 외교, 문화, 법 제도 등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현상을 경계하며 혐오 표현의 일상화와 놀이화를 짚고, 혐오를 넘어 공존의 사회를 위한 제도적·사회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2025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사회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중국인 강력범죄 보도가 연달아 나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혐중’ 감정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경찰 등에 따르면, 중국 국적 시민들의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 경기 화성시에서는 시민들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인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이 구속됐고, 시흥시에서는 2명을 둔기로 살해하고 편의점주와 집 건물주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중국 국적 차철남(57)씨가 긴급 체포됐다. 이처럼 강력범죄 보도가 이어지면서, 포털·SNS에는 “중국인 추방”, “외국인 범죄자 무관용” 등 집단 혐오성 발언이 쉽게 노출된다.

그러나 혐오의 화살은 곧장 ‘외국인 전체’로 번진다. 실제로 베트남, 필리핀, 몽골 등 다양한 출신의 외국인 이주민과 노동자, 귀화자와 다문화 가정 자녀들까지 혐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각 지역 이주민 커뮤니티에서는 “범죄와 무관한 선량한 외국인, 다문화 가정마저 위협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구로구 대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황모씨(46, 귀화 중국동포)는 “경찰과 자치구 협조로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꾸려도, 일부 범죄 보도 하나면 수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며 “혐오가 중국인을 넘어 전체 외국인에 대한 경계와 배척으로 번지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한국인천화교협회 주희풍 부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외국인·화교 혐오가 급증했다. 특히 정치권과 온라인에서 혐오·음모론이 확산될 때마다, 우리 사회에 적응하려던 화교·이주민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UN “한국, 인종차별 심각”…국제사회 우려

지난 9일 유엔 CERD는 7년 만의 한국 정기 심의 보고서에서 “이주민, 난민, 무슬림, 중국계 등 외국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증오 표현이 온·오프라인에서 증가 중”이라며 공식 경고를 내렸다.

보고서는 대구 모스크 건립 반대, 불법체류자 혐오 영상 유포 등 구체 사례까지 지적했다. 한국이 1978년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이래, 국제사회가 이처럼 ‘한국 내 혐오’ 실태에 직접 경고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6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중국계가 36.2%로 가장 많으며, 베트남(11.5%), 태국(7.1%), 미국(6.4%) 순으로 나타났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4). 산업현장, 돌봄·서비스업 등 다문화 인력이 없이는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혐오의 국가적 비용…외교·경제·사회 악영향

전문가들은 “한국이 더는 ‘단일민족 신화’에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가 다양성과 공존의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범죄는 개인 문제인데, 집단 전체로 혐오를 확장하면 사회 통합이 무너진다. 해외에 나간 한국인도 똑같은 차별·혐오에 노출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배타적 시선, 소외가 범죄·갈등을 되레 부추길 수 있다. 정부·지자체 차원의 지원, 지역사회 서비스 확충, 시민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혐오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교·경제 전문가들은 혐오 확산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간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린치나 테러 등 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피해를 입은 외국인의 국가에서 한국에게 항의를 하는 등 국가적인 외교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나아가 해당 국가에서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실추, 불매운동 등으로 이어지며 경제적 손실또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며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외국인 정착·범죄예방 지원, 정확한 정보 제공 등 정부와 시민사회의 실질적 대응 뿐 아니라 자극적 콘텐츠가 유행하는 온라인 환경을 스스로 가려서 읽는 시민들의 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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