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은 예비군 창설 58주년을 맞는 ‘예비군의 날’이다. 그러나 이날은 여전히 기념식 중심의 행사에 머물러 있다.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이제는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예비군의 날 의미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예비군은 지난 1968년 북한의 1·21 사태를 계기로 창설되어 그 역사적 의의를 기리기 위해 1969년부터 매년 4월1일마다 사단별로 기념식과 행사가 시행되었다. 1970년 2월4일 대통령령(향토예비군의 날에 관한 규정)으로 4월 첫째 주 토요일을 ‘예비군의 날’로 지정하여 매년 전국 시·도 및 직장방위협의회 주관으로 기념식과 기념행사를 시행, 범국민적 행사가 되었다. 1973년 대통령령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제정에 따라 향토 예비군의 날을 국가기념일의 하나로 시행하였고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따라 2006년 4월 첫째 주 금요일로 기념식 행사 일정을 조정하였다.
정부는 예비군의 날을 기념하여 우수부대 포상, 모범예비군 선발 및 초청 행사를 시행 중이다. 또한 예비군 주간을 지정해 예비군의 문화시설 무료·혜택 등 예비군의 사기 진작과 동시에 홍보영상을 제작하여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소극적 참여와 정부 및 군 매체 중심의 홍보체계로 인해 예비군 당사자들이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현대 안보 환경은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해졌다. 전통적인 군사 위협뿐 아니라 사이버, 드론 등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으며,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자원 감소는 국가 방위 체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상비병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고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예비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예비군은 평상시에는 직장인, 자영업자, 학생 등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이지만 위기 시 즉각 전력으로 전환되어 동원되는 국가안보의 핵심 자원이다. 국가 비상·재난 상황에서 예비군은 신속하게 출동하여 현장 지원, 통제, 복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군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가교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예비군이 전시에만 기능하는 전력이 아니라 평시에도 사회 안전망을 이루는 중요한 안보 자산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예비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전투력 측면에서 예비군이 상비병력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며 예비군 훈련에 대한 실효성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훈련이 반복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시간 낭비’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르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과 문제를 해결하고 예비군 제도의 신뢰도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훈련의 질을 높이고, 실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실전 능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등 예비군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정책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최근 국방부는 부족한 상비병력을 보완하기 위해 상비예비군 제도를 도입하고 완전예비군대대를 창설하여 평상시에도 예비군이 실질적인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과학화예비군훈련체계를 도입하여 시뮬레이션 기반의 실전 훈련이 도입되었고, 도시지역 전투 환경이나 비대칭 위협 대응과 같은 현실적 상황을 반영하는 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예비군이 단순히 상비병력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위기상황시 즉각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서 재정립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제도 개선과 훈련의 실효성 강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 예비군 제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예비군은 단순히 개인에게 부과된 부담이 아니며 사회 전체가 국가안보를 분담한다는 상징이다. 예비군은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며 국가의 부름에 즉각 응답할 준비가 된 평범한 시민이다. 따라서 예비군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때, 예비군 제도는 더욱 튼튼하고 지속 가능성과 발전이 담보된다.
해외에서도 예비군의 역할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Reserves Day’를 통해 예비군들이 군복을 입고 직장에 출근하며 국민적 인식을 높이고, 프랑스는 ‘국가 예비군의 날’을 운영하여 학생과 시민에게 안보 교육을 실시한다. 독일은 ‘연방군의 날(Tag der Bundeswehr)’ 행사에서 예비군 참여를 강조하며 군과 사회의 연결을 강화한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우리나라 ‘예비군의 날’도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국민적 축제로 확장해야 함을 보여준다.
‘예비군의 날’ 역시 이러한 인식 변화를 반영하여 단순한 기념식에 머무르지 말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 형태로 거듭나야 한다.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계된 참여형 행사,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동반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문화 콘텐츠와의 융합을 통한 홍보 활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비군 기념주간에는 지역 봉사활동, 청소년 대상의 안보 교육, 시민 참여형 퍼포먼스 등을 함께 실시한다면 기념일의 의미가 한층 더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학교 교육과 미디어, 지역사회 활동 등 다양한 경로를 활용하여 예비군의 역할과 가치를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이어질 때 예비군은 특정 시기에만 떠오르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 생활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사회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결국 예비군은 특별한 집단이 아닌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평범한 시민이다. 그들이 국가의 부름에 응답할 준비를 갖춘 공동체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존중과 감사의 문화가 퍼질 때 예비군 제도의 안정과 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안보 역량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예비군은 총을 드는 순간만 국가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도 재난 대응, 지역사회 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널리 인식될 때 예비군은 단순한 전시 대비 전력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기능하는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예비군의 날’이 군 내부 행사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공감하는 사회적 축제로 자리 잡아야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서 국가방위의 견고한 기둥이 될 수 있다. 국민이 안보를 함께 나누는 주체로 자긍심을 느낄 때 대한민국의 안보는 더욱 굳건해지고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