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경의 대표 관광시설인 문경온천을 둘러싼 전·현직 시장 간 관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십 년간 반목과 갈등을 이어온 두 사람이 최근 손을 맞잡으면서 문경온천의 매각과 재매입 과정, 온천장 운영을 둘러싼 과거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경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전략적 결합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시립온천, 흥행에서 적자 전환까지 석연찮은 운영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문경에는 약 25년 전부터 온천시설 2곳이 운영돼 왔다.
하나는 문경시가 운영하는 시립온천장이고, 다른 하나는 박인원 전 시장이 운영하는 민간 온천장이다.
이들 온천은 모두 문경읍 온천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거리로는 불과 200여m 남짓하다.
시립온천장은 문경시가 1996년 약 28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초기에는 “물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개장 3년 만에 연간 3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광산이 문을 닫고 삶의 터전을 잃은 문경 시민들에게 문경온천이 새로운 희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1년 민자 유치 방식으로 문경종합온천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민간 온천장은 박인원 전 시장이 운영하던 시설이었다.
호황을 누리던 시립온천은 인근에 민간 온천장이 들어서면서 이용객이 급감했다.
이런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문경시장에 당선됐다. 경쟁 상대는 신현국 현 시장이었다.
특히 박 전 시장 재임 시기 시립온천은 문경시에 물값을 내는 구조까지 더해지면서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당시 온천 운영을 지켜본 관계자는 “민간 온천장이 개장한 이후 시립온천 이용객이 7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시장 소유의 민간 온천을 살리기 위해 시립 온천을 죽인 것"이라며 의혹도 제기했다.
“온천 없애고 요양병원 짓겠다” 논란
이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04년 박 전 시장은 시립온천을 폐쇄하고 해당 부지에 노인요양병원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박 전 시장은 “온천보다 더 큰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시민들은 “관광지 한복판에 요양병원을 세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대했고, 일부 시민들은 단식과 집회, 서울 원정 투쟁까지 벌였다.
결국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문경시는 온천 기능을 일부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노인요양병원 지하에 기능성 온천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문경요양병원은 2005년 말 준공됐으며, 기능성 온천은 문경관광진흥공단이 위탁 운영에 들어갔다.
감사원 “적자 해소 못하면 매각 검토해야”
하지만 기능성 문경온천은 개장 이후 줄곧 적자에 시달렸고 민심 역시 빠르게 돌아섰다.
결국 박 전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신현국 후보와의 리턴매치 끝에 패배했다.
당시 신 후보가 “온천을 살리겠다”는 구호를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경시장 선거에서 문경온천 문제는 여러 차례 핵심 쟁점이 됐다.
박 전 시장 역시 4년 전 선거에서 문경온천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바 있다. 재선에 성공한 신 시장은 2012년 시장직을 던지고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어 치러진 문경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고윤환 후보가 당선되면서 문경시 행정에 변화가 있었다.
적자에 허덕이는 기능성 온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되면서 문경시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 시기 전국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처럼 행해진 온천개발도 문경온천 운영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감사원이 2013년 문경시 온천지구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기능성 문경온천은 2006년 재개장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민간 온천장 역시 입욕객 감소로 수십억 원대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감사원은 기능성 문경온천이 민간 온천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누적 적자가 10억원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온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운영해야 할 공공복리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문경시는 적자를 줄이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문경시, 시립온천 2015년 매각 후 2023년 재매입…의문 투성이
문경시의 기능성 온천 매각은 2014년 말 본격화됐다.
문경시는 적자 누적과 감사원 권고를 이유로 온천 매각 방침을 세웠고, 2014년 12월 16일 문경시의회가 ‘문경온천(기능성) 매각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본회의장에는 문경시민온천살리기대책위원회 회원 30여 명이 몰려와 “공청회도 없이 졸속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들은 고윤환 당시 시장과 시의회 의장을 잇달아 면담하며 매각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경시는 의회 의결 직후인 2015년 1월 매각 공고를 냈고, 같은 달 15일 박인원 전 시장 측의 문경종합온천이 공개입찰을 통해 26억 1000만원에 매입했다.
매각절차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시민들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매입 이후 '기능성 온천'은 ‘내부 수리 중’이라는 안내문만 내건 채 장기간 방치된다. "박 전시장 소유의 온천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는 게 주민들의 시각이다.
주민들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로 지하 온천시설이 모두 부식돼 활용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6일 현장을 찾아 기능성 온천을 살펴본 결과 외부는 페인팅이 벗겨져 초라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외부를 지탱하는 철골은 녹이 쓸어 낡았으며, 한눈에 보기에도 폐허 같은 모습이었다.
문경시민온천살리기대책위원회 김윤기 위원장은 “매입 이후 내부 시설만 일부 정비했을 뿐, 지하 온천시설은 9년 가까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고 사실상 폐허처럼 방치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경시 초대 시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이후 문경시는 신현국 시장 체제가 다시 들어선 뒤인 2023년 6월 해당 시설을 18억910만원에 재매입했다.
시민들은 과거 앙숙이었던 전·현직 시장 간 수상한 거래로 보고 있다.
문경시는 문경요양병원과 연계한 수치료 및 재활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온천시설을 활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매입 과정이 의문 투성이라는 게 시민들의 견해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적자를 이유로 매각했던 시설을 8년 뒤 다시 세금으로 사들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매입 절차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결국 민간에 넘겼다가 다시 공공이 매입하면서 행정의 일관성도 잃고 시민 혈세만 낭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현직 시장 손잡자 시민들 ‘씁쓸’
문경 정가에서는 박인원 전 시장과 신현국 시장이 과거 두 차례 선거에서 맞붙고 고소·고발을 이어가며 극심한 갈등을 벌여온 관계라는 점에서 최근의 화해 분위기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전 시장이 운영하는 온천장을 문경시에 매각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인근 문경새재 일대에는 대형 온천호텔이 건립 중이다.
완공될 경우 박 전 시장 측 온천 시설의 경쟁력 약화와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각에서는 해당 온천장을 사실상 문경시 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매각금액으로 76억원부터 130억원까지 구체적인 액수도 나돌고 있어 문경종합온천 측의 해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경종합온천 이선화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문경시 민자 유치 1호라는 자부심을 갖고 운영해 왔다”며 “문경시는 물론 누구와도 매각을 논의한 바 없으며, 매각할 의사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25년 가까이 이어진 문경온천 논란이 단순한 시설 운영 문제가 아니라 지역 권력과 이해관계, 선거 정치가 얽힌 복합적인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송환 전 문경읍장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정치 현실이 씁쓸하다”며 “이번 악수가 문경 발전을 위한 결단인지, 선거를 위한 일시적 연대인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A 전 문경시의원도 “진정한 화합은 특정 인물들끼리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라며 “시민들은 두 사람의 악수 뒤에 어떤 이해관계가 숨어 있는지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시민들이 이 오랜 논란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가늠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