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어머니와 친지들이 사는 지역이 몇 년 전 김포한강신도시 지구로 지정되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장물 조사 신청서를 받아본 어머니는 60여년 함께한 집에서 떠밀려나야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디에서 죽고 싶냐는 질문에 “이 집에서 죽어 나가는 거지”라고 답하신다. 콧줄을 달고 요양원에서 10년을 보낸 외할머니를 지켜본 어머니는 “난 요양원은 가고 싶지 않아”라고 나즈막히 말하며 혹여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 눈빛을 흐리신다. 오랜 추억이 있는 집이 아니더라도 어르신들의 소망은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통계 불일치와 공적 돌봄 공백
“당연히 집에서 죽고 싶지, 그런데 그게 내 맘대로 되겠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부모를 보낸 지인들은 재택임종이 자신의 뜻대로 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소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이미 받아들인 듯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의 67.5%가 임종 장소로 ‘자택’을 희망하였으나, 실제로 자택에서 임종하는 경우는 14.7%에 불과하였다. 반면 병원 임종은 72.9%에 이른다.
현재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재가 와상 노인은 하루 4시간 요양서비스를 받는다. 이마저도 주말은 어렵다. 공적 돌봄 공백은 요양보호사의 사적 계약에 의한 서비스 연장 또는 입주 간병으로 메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적 돌봄 비용은 중상층에게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가정형 호스피스 사각지대 논란
정부는 가정형 호스피스로 재택임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은 39개에 불과하고, 세종, 경북, 경남, 전남에는 아예 가정형 호스피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가정형 호스피스 대상질환이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만성호흡부전으로 제한되어, 일반 어르신은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평생을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을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의 마지막 소망, ‘재택임종’, 이들의 소망을 언제까지 우리 사회가 외면할 것인가? 재택임종 확대를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어르신들이 재택임종 희망 여부를 국가 공문서에 남겨야 한다. 2025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인원 수가 320만을 돌파했다. 또한, 작년 장기요양서비스 인정자 수는 137만명에 이른다. 연명의료의향서나 장기요양인정신청서에 재택임종 희망 여부를 표시하여 당사자의 공식 의견을 표시하고, 가족 등 보호자와 관계자에게 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둘째, 재택임종의 권리 보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의 정책의지는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고,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여 필요한 제도개선을 이끌어내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재택임종 확대는 보건복지부만의 업무가 아니다. 일하는 자녀가 마음 놓고 부모의 임종을 지키기 위한 휴가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재택임종의 ‘변사’ 처리에 따른 가족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경찰청 등 다양한 부처의 협업이 필요하다.
셋째, 지방정부는 조례로 생애말기 의료서비스, 임종간호와 돌봄을 추가 지원할 수 있다. 재정 여력이 되는 지방자치단체는 (가칭) 재택임종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통하여 임종과정에 있는 지역 주민에게 중앙정부의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외에 생애말기 의료서비스, 임종간호와 요양서비스를 추가로 지원하여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서비스에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마련해 부가 지원을 하는 사례는 이미 다수 있다. 장애인 사회활동 지원,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할인 등이 그러한 예이다.
마지막으로 재택임종을 원하는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24시간 콜서비스와 의료·요양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한다. 호스피스, 국민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등 다양한 재원, 제도 및 서비스가 칸막이로 존재하고 있다. 어느 하나 서비스도 재택임종을 준비하는 당사자와 가족에게 익숙하지 않다.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 앞에서 당사자와 가족은 응급실을 가야 하는지 아니면 집에 있어야 하는지, 집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고 동시에 죄책감과 불안에 떨어야 한다.
올해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는 ‘통합돌봄’ 원년이다. 통합돌봄은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의료, 요양, 돌봄을 포함한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죽음은 삶의 부분이다. 재택임종이라는 어르신들의 소망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공론화 되는 첫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