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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노동이사제, 정착 과제 산적…“국회·정부 노력 절실”

‘반쪽’ 노동이사제, 정착 과제 산적…“국회·정부 노력 절실”

‘공운법’ 근거 뒀지만 현장선 ‘실용성 부족’
노동계 ‘법적 보완 및 실질적 권한 보장’ 촉구

승인 2026-05-04 08:48:16 수정 2026-05-08 05:08:42
‘반쪽’ 노동이사제, 정착 과제 산적…“국회·정부 노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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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4분
취재방법 노동계 인터뷰, 법안·보고서 분석, 국회 확인
주제 노동이사제가 법적 기반에도 현장 권한 부족으로 정착 과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제도 운영은 기관과 지자체별 차이가 커 실제 효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노조 탈퇴 강제와 권한 제한 문제를 중심으로, 제도 확대와 법제화 논의의 연결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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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앙·지방 공공기관 노동이사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 출범식에서 희망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김건주 기자
전국 중앙·지방 공공기관 노동이사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 출범식에서 희망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김건주 기자

노동절이 최근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며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 4년을 맞은 ‘노동이사제’는 외면과 방치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도적 결함과 운영상의 한계 탓에 노동이사들이 이사회 내에서 ‘외딴섬’처럼 고립돼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식 출범한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와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양대노총 공대위)를 중심으로 제도 확대와 활성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진 중심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로, 선정된 노동이사는 일반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는다.

현재 우리나라 중앙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노동이사제는 2022년 시행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방 공공기관은 지난 2016년 서울을 시작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기업 구성원의 한 축인 노동자가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해 노사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민주적 경영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해당 제도가 근로조건 개선과 노사 신뢰 축적, 궁극적으로 기관의 생산성·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대노총 공대위와 노동이사들이 지난 4월16일 서울 중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노동이사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양대노총 공대위와 노동이사들이 지난 4월16일 서울 중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노동이사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공운법’ 시행됐지만…노조 탈퇴 강제·권한 제한 ‘구조적 한계’

하지만 법적 기반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노동이사들이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양대노총 공대위와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당시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노동이사들이 △정보 접근권 제한 △안건 제안권 봉쇄 △비상임이사와의 노골적인 권한 차별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가장 큰 독소조항으로 ‘노조 탈퇴 강제’ 지침을 꼽았다. 노동자의 대표성을 수행하기 위해 선출된 이사에게 노조원 자격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지침이라는 비판이다. 이들은 “국정과제는 공허한 선언에 머물러 있고, 재정경제부(재경부)와 행정안전부(행안부) 등 주무 부처는 기관별 자의적 운영을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지자체 도입 10년, 중앙정부 도입 4년을 맞은 노동이사제의 현실은 참담하다”며 “국정과제는 공허한 선언에 머물러 있고, 노동이사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해야 할 재경부, 행안부 등 주무부처는 노동이사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관별, 지자체별 자의적 운영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노동이사제 운영 실태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 조례에 의해 노동이사의 자율성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실태를 지적하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현 재경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제도 초기인 2022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의 의미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노동이사가 노사협력적 관계를 통해 이사회 결정의 집행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함을 강조했다.


나종엽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 공동의장(전 국가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의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노동이사제 관련 국정과제 이행 정책요구서를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나종엽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 공동의장(전 국가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의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노동이사제 관련 국정과제 이행 정책요구서를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노동계 “법만 만들고 관심 ‘뒷전’…국회·정부 의지 보여야”

노동계는 개정안 통과 후 국회와 정부가 제도 활성화를 위한 후속 조치에는 손을 놓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복수의 노동계 관계자는 “공운법 개정으로 법적 기반은 닦였지만,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은 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정부가 법적 근거를 넘어 노동이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부 지침과 법령을 정비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공노동계는 △노동이사의 반헌법적 노조 탈퇴 강제 지침 즉각 폐지 △타 비상임이사와 동등한 지위와 권한 보장 △‘공운법’ 즉시 개정 및 기타공공기관까지 제도 확대 △지자체 산하기관 노동이사제의 법적 구속력 강화를 위한 관련 법령 조속 정비 등 4가지를 ‘정상화를 위한 최소 조건’으로 규정하고 청와대를 향해 즉각 시행을 촉구했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진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종엽 대한민국노동이사협의회 공동의장은 “지난달 청와대에 정책요구서를 전달한 후 재경부로 사안이 넘어간 것 같지만 세부적인 얘기를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한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윤희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서울, 전남 등 몇 곳은 조례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구는 아예 조례도 없다”며 “법제화를 해야 하는데, 관련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방공기업법 및 지방출자출연법 등 조례로 운영되는 노동이사제를 법제화하기 위한 법안들은 발의돼 있지만 수년간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동이사제 보강을 위한 의견 청취에 나섰다. 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가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기존 노동이사제 대상 기관을 조금 더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이미 발의돼 있는 법안에서 조금 더 수정을 해 개정 발의할 게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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