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성수동에 4만명이 몰렸다. 포켓몬스터 3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인파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포켓몬고가 유행했을 당시, 강원도 속초에 인파가 몰렸던걸 생각하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앞에서 팬들은 불편함도 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랑은 돈이 된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 ‘덕심’은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산업을 키워왔는가. 그 중심에는 K-팝이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 한때 ‘빠순이’라는 단어로 폄하되던 이들이 지금 관광 산업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팬심은 문화가 됐고, 문화는 산업이 됐다. 그것도 한국 관광업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산업으로.국내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놀유니버스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K-콘텐츠 소비가 국내 관광산업에 유발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1조4000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166만 명이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를 소비한 거래액은 연평균 133% 증가했고, 이용자의 93%는 K-콘텐츠 때문에 한국 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에어비앤비 조사에서도 K-컬처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여행객은 일반 여행객보다 1회 여행에서 평균 435달러를 더 지출했다. 관광 방식도 명소 방문 중심에서 콘서트, 팬 경험 등 체험형 소비로 이동하는 추세다.
업계는 지금을 바로 그 잠재력이 터지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K-팝을 입구로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고, K-뷰티와 K-패션까지 열풍이 흘러 올리브영과 무신사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유튜브와 SNS를 기반으로 글로벌 팬덤을 쌓고, 빌보드를 넘어 월드투어 규모를 키워온 단계적 축적의 결과다. 물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 노를 저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구조로는 이 파도를 온전히 탈 수 없다. 각기 다른 콘서트 일정에 맞춰 팬들이 비행기를 탈 뿐, 숙박·교통·여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없다.
수만 명의 글로벌 팬덤이 동시에 유입돼 체류형 소비를 하려면 대규모 숙박 수용력과 대량 이동을 감당할 교통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도시는 서울과 부산 정도로 제한된다. 지방 분산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특정 아티스트 연고지나 드라마 촬영지를 활용한 지역 콘텐츠 관광, K-팝 페스티벌과 지역 축제를 연계하는 방식 등 이미 시도되는 모델들이 있다.
실제로 일본은 지자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손을 잡고 콘서트 투어를 지역 경제와 연결하는 구조를 오래전부터 구축해왔다. 공연 하나가 열리면 그 도시의 숙박, 식음, 교통, 지역 상권이 함께 움직이는 식이다. 한국도 그 모델을 참고할 시점이 됐다. 지방 공연장 확보와 지역 간 교통 연계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항공·교통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비자를 담당하는 법무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자체까지, 범정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동시에 안을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K-팝 문화를 여기까지 키워온 주역은 국내 팬덤이다. BTS가 전 세계를 휩쓸기 전부터, 국내 팬덤은 묵묵히 K-팝 문화의 토대를 쌓아왔다. 그런데 지금 그 팬들이 정작 자국 공연에서 밀려나고 있다. 흔히 ‘플미’라 불리는 암표, 즉 원래 티켓 가격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행위가 만연한 상황이다. 외국인 브로커들이 티켓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내 연말 무대는 관람객 대부분을 외국인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티켓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K-팝 산업의 토대를 쌓아온 국내 팬들은 소외되고 있다. 밖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것만큼, 안에서 팬덤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같은 무게의 과제다.
지금 K-팝은, 그리고 K-컬처 전반은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유튜브와 SNS로 쌓아온 글로벌 팬덤이 한류·K-뷰티로 번지며 관광 산업과 결합하는 흐름은 단계적 축적의 결과다. 이렇게 많은 요소가 맞아떨어지는 시점은 다시 오기 힘들다. 공연장과 교통망을 잇고, 체류형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 지역 인프라를 다듬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K-팝이 만들어낸 이 거대한 물결이 관광 산업과 단단히 엮여 오랫동안 한국을 찾는 이유가 되길 바란다. 그 기회는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