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톤 거구의 반전.
렉서스 LX 700h를 몰고 도로에 나서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차체 길이만 5m가 넘고 공차중량은 2.8톤대에 이른다. 숫자만 보면 묵직하고 둔한 대형 SUV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주행감은 예상과 달랐다. 출발은 매끄러웠고, 속도를 높이는 과정도 거칠지 않았다.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엿새간 렉서스 LX 700h를 타고 서울과 경기, 충남 보령 일대 약 500km를 주행했다. 도심 정체 구간부터 고속도로, 장거리 이동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차량을 살폈다.
“덩치 잊게 한 주행감”…장거리서 드러난 LX 700h의 안정감
LX 700h의 진가는 고속도로에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차체는 전장 5095mm, 전폭 1990mm에 이르지만 가속 과정에서 둔하거나 버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체를 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일정한 힘을 쌓아 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같은 주행감은 3.5L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나온다. LX 700h는 시스템 총 출력 464마력, 엔진 최대토크 66.3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다이렉트 시프트 10단 자동변속기와 풀타임 AWD가 맞물려 큰 차체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고속 주행에서의 정숙성도 인상적이었다. 높은 차체와 큰 덩치에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실내로 크게 유입되지 않았다. 차선 변경이나 코너 구간에서는 무게감이 분명했고, 불안한 출렁임 없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줬다.
정통 SUV 위에 얹은 렉서스식 안락함
LX 700h의 차별점은 단순히 큰 차체나 높은 출력에 있지 않다. 정통 오프로더에 가까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렉서스 특유의 안락한 승차감을 함께 구현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차량은 기존 프레임을 개선한 GA-F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차체 강성과 경량화, 저중심화를 통해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질감을 모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VS)과 능동형 차고 조절 서스펜션(AHC)이 더해져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냈다.
실제 주행에서도 프레임 SUV 특유의 단단함은 남아 있었다. 다만 그 단단함이 운전자에게 거칠게 전달되기보다 차체 아래에서 한차례 정리되는 느낌이 강했다. 고속도로의 이음새나 일반도로의 잔진동을 지날 때도 충격이 날카롭게 올라오지 않고 안정감 있게 흡수됐다. LX 700h가 내세우는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라는 개발 방향이 장거리 주행에서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이번 시승 과정에서 험로 주행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오프로드 대응력은 차량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LX 700h에는 멀티 터레인 셀렉트, 멀티 터레인 모니터, 트랜스퍼 레인지 셀렉트, 크롤 컨트롤 등이 적용됐다. 노면 상황에 따라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필요 시 H4와 L4를 활용해 구동력을 조절할 수 있다. 오버트레일 트림은 프런트와 리어 디퍼렌셜 락까지 갖춰 극한의 오프로드 상황에 대응하도록 했다.
외관은 플래그십 SUV 다운 존재감이 뚜렷했다. 전면부에는 대형 프레임리스 스핀들 그릴이 자리했고,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가 강한 인상을 더했다. 측면에서는 긴 차체와 높은 전고, 큰 휠이 대형 SUV의 비율을 강조했다. 후면부는 ‘LEXUS’ 레터링과 일자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로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냈다.
실내는 운전자가 차량과 직관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한 ‘타즈나’ 콘셉트가 적용됐다. 12.3인치 계기판과 상단 디스플레이, 7인치 하단 디스플레이가 나뉘어 배치돼 주행 정보와 공조, 주행모드 조작을 구분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자주 쓰는 기능은 물리버튼과 다이얼로 남겨둬 직감적인 조작도 가능하도록 했다.
장거리 주행에서는 시트와 편의 사양도 체감 요소였다. 세미아닐린 가죽 시트와 리프레시 시트는 장시간 운전의 피로를 덜어줬다. 여기에 마크레빈슨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정숙한 실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다만 부담 요소도 분명했다. 복합 연비는 8.0km/h로, 하이브리드라는 이름만으로 높은 효율을 기대하긴 어렵다. 큰 차체와 강한 출력, 풀타임 AWD 시스템을 감안해도 연료 효율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LX 700h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오버트레일 1억6597만원, 럭셔리 1억6807만원, VIP 1억9467만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