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본회의를 산회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을 상정할 시 모든 법안에 무제한토론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개헌 절차를 중단하겠다며 유감을 표한 것이다.
우 의장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오는 6월3일 개헌 시행 투표를 위한 절차는 오늘로서 중단됐다”며 “개헌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하고 쟁점이 없어서 내용에 반대할 것도 없다고 하면서 정략(政略)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의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 의장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개헌안이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불성립되자 이날 본회의를 재소집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진지하게 고민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들에게 공지를 통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본회의에 △개헌안 △비쟁점법안 50건을 상정해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우리당은 합의 없이 일방 개최되는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무제한토론으로 대응하겠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오늘 본회의를 소집하면서 어제 불성립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다시 한 번 투표하자 했고, 비쟁점법안 50개를 올렸다”면서 “그런데 의사일정 1항 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저로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0개 법안은)여야 합의로 한 것이다. 그걸 왜 통과시키지 못하게 하느냐”며 “법안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다. 국민의 삶이 들어 있다. 국민 삶에 필요한 법을 멈춰 세우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민생을 인질로 붙잡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우 의장은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이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찼다”며 “1987년 이후 시대 변화를 감안하지 못한 현행 헌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동안 의장이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불발되었던 개헌특위를 후반기에는 반드시 구성하기 바란다”며 “여야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께 분명한 개헌 시간표를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헌법 제명 한글화(‘大韓民國憲法’→‘대한민국헌법’)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명시 △계엄에 대한 국회의 승인권 도입 및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계엄해제권으로 강화 △국가의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의무 명시 등을 담았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개헌 논의는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현행 헌법이 39년 전인 1987년에 머물러, 시대에 맞게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우 의장과 개헌안을 공동 발의한 원내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의 의견이다.
이들은 오는 6월3일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는 계획이었다.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시행해 국민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현행법상 오는 10일까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날 본회의에도 개헌안이 상정됐지만 재적의원 286명 중 178명 투표로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191명)에 미치지 못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헌법개정안이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시행 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부마항쟁과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요건 강화 등 개헌 내용에 공감을 여러번 밝혔음에도 여당이 협의 절차를 건너뛰고 개헌안 처리 시점을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졸속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부터 본회의에 불참하는 등 논의를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고 말했다.
한편 우 의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개헌안 재표결에 불참해 투표를 불성립시키는 것도 모자라 합의한 민생 법안까지 볼모로 잡겠다니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지켜보는 국민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필리버스터로 의결을 지연시킬 수 있지만 의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지연되는 만큼 국민의 불편, 국민의 피해가 커질 뿐이다. 합의된 민생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국민들에게 몽니를 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