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3일 (3)
‘치약 회사’ 꼬리표 뗄까…태광 품에서 K-뷰티 재편 꿈꾸는 애경산업 [기업 X-ray]

‘치약 회사’ 꼬리표 뗄까…태광 품에서 K-뷰티 재편 꿈꾸는 애경산업 [기업 X-ray]

화장품 비중 32%→2028년 50% 목표
시그닉·원씽 앞세워 미국 공략
중국 줄이고 미주·유럽 확대
“마진보다 외형 성장 집중”

승인 2026-05-13 06:00:08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애경산업이 태광그룹 편입 이후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2080·케라시스·샤워메이트 등 생활용품 중심 기업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화장품 비중 확대와 글로벌 사업 강화에 무게를 두며 ‘토탈 뷰티 기업’ 전환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단순히 “태광이 애경산업을 인수했다”는 사실보다, 이후 어떤 방식으로 체질 변화가 진행될지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애경산업은 최근 중장기 전략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화장품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 비중이 약 32%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생활용품 중심 구조에서 화장품 중심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사는 기존 메이크업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20’S), 루나(LUNA)에 더해 스킨케어 브랜드 시그닉(signiq)과 원씽(ONE THING)을 집중 육성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애경산업 화장품 사업이 AGE20’S 중심 베이스 메이크업과 홈쇼핑 채널 의존도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스킨케어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그닉은 애경산업이 미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선보인 첫 글로벌향 스킨케어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시그널(Signal)’과 ‘클리닉(Clinic)’의 합성어로, 피부 상태에 맞춘 홈케어 솔루션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5~35세 미국 소비자를 주요 타깃으로 전문적인 솔루션과 성분 신뢰도, 감각적인 사용 경험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대표 제품인 플럼핑 펩타이드 라인은 피부 탄력 개선 중심 제품군으로, 딥 리포좀 기술과 펩타이드 성분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 전략 역시 변화하고 있다. 기존 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유럽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방향이다. 실제 국내 화장품 업계 전반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일본·유럽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애경산업 역시 같은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이런 변화 방향을 보여준다. 애경산업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화장품 부문 매출은 519억원으로 13.0% 늘었고, 시그닉의 미국 아마존·틱톡숍 입점과 중국 티몰 진출, AGE20’S·LUNA의 유럽 시장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AGE20’S는 국내 홈쇼핑과 디지털 채널 중심 신제품 확대 전략을 이어갔고, 루나는 올리브영 할인 행사 기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분기 영업손실은 1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조직 개편과 투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기준 영업이익은 약 57억원 수준으로 본업 수익성은 유지됐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기 수익성보다 글로벌 확장과 브랜드 투자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실적 구조만 놓고 보면 아직은 생활용품 기업 성격이 더 강하다. 애경산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545억원,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6%, 54.8% 감소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생활용품 매출이 4285억원으로 전체의 약 66%를 차지했고, 화장품 매출은 2149억원 수준이었다. 생활용품은 북미·유럽·남미 등 해외 판매 확대 영향으로 전년 대비 3.9% 성장했지만, 화장품 부문은 중국 사업 부진 영향으로 매출이 17.8%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실적보다 구조 변화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 박종대·김건우 연구원은 “애경산업의 1분기 실적은 큰 의미가 없다”며 “태광산업에 피인수된 이후 본격적인 사업 구조 개편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내부 조직 변화도 감지된다. 애경산업은 디지털·글로벌 마케팅 중심 조직 강화를 추진 중이며, 관련 인력 약 30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화장품 사업부 역시 색조·스킨케어 단위에서 더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스킨케어·헤어케어·마케팅 부문 핵심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 브랜드 확대 수준을 넘어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라고 보고 있다. 특히 태광 편입 이후 투자 기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안정적인 생활용품 사업 기반 위에서 화장품 사업을 운영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브랜드 육성과 해외 마케팅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애경산업이 마케팅 비용 비중을 기존 매출의 5% 수준에서 9%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디지털 마케팅 역량 강화를 통해 당분간은 수익성보다 외형 성장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박종대·김건우 연구원은 “마진보다는 매출 증대에 사업 무게 중심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AGE20’S는 여전히 홈쇼핑 중심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고, 화장품 사업 역시 중국 시장 의존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뿐 아니라 달바·에이피알·브이티 등 신흥 K-뷰티 기업들과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2~3년이 애경산업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용품 기반 안정형 기업에 머물지, 아니면 글로벌 스킨케어 중심 뷰티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성공할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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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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