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7일 (0)
코인 뺀 7년…‘빈껍데기’ 된 부산 블록체인 특구 [취재진담]

코인 뺀 7년…‘빈껍데기’ 된 부산 블록체인 특구 [취재진담]

승인 2026-06-05 06:00:03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5 개막식. 비단 제공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5 개막식. 비단 제공
국내 유일의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특구 지정 7년 차를 맞았지만, 고용·투자·기업 유치 전방위에서 초기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9년 지정 당시 내놨던 청사진은 무색해졌다. 최근 3년간 신규 실증사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입주기업 수는 4년째 17개사에 머물며 목표치(250개사)의 10%도 넘지 못했다. 특구 지정 전 900명을 웃돌던 종업원 수는 700명대까지 줄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규제 성과 역시 미흡하다. 특구에 부여된 17건의 규제특례 가운데 법령 정비로 이어진 것은 4건뿐이다. 핵심 사업인 부동산 집합투자·의료 마이데이터는 여전히 임시허가에 의존하고 있다. 언제든 제도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임시 신분’으로는 기업 유치도, 투자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 부진에도 예산은 빠짐없이 쓰였다. 지난 6년간 416억원이 100% 집행됐다. 대부분 기존 사업의 사후 정산과 임시허가 유지에 쓰였다. 새로운 혁신 과제를 발굴하기보다 ‘관리 비용’에 재원이 소진된 것이다.

특구 실패 원인으로는 초기 설계의 결함이 꼽힌다.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인 가상자산을 배제한 채 기술만 따로 떼어 육성하려 한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토큰과 인센티브 구조가 빠진 블록체인은 실증은 가능해도 산업으로 확장되기 어렵다. 실제로 주요 사업들은 제도화에 실패하거나 임시허가에 머물렀고, 기업들은 장기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 부처 장벽, 정치적 환경 변화로 인한 지자체의 정책 연속성 단절 등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여기에 홍보와 유인책 부재 역시 상황을 악화시켰다. 6년간 전용 홍보 예산은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부산에 블록체인 특구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기업들이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부산을 선택할 유인이 없다 보니, 기존 지역 기업만 이름을 올리는 고립 구조가 굳어졌다.

같은 기간 글로벌 자본시장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미국 등 주요국은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편입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안착 등을 넘어, 전략자산으로서의 위상까지 논의되는 상황이다. 디지털 금융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2017년 당시 ‘가상자산 원천 금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마저 핵심 영역은 비워 둔 ‘반쪽짜리 완화’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블록체인 기업 상당수가 국내 대신 해외 시장을 주요 사업 무대로 삼는 이유다.

특구 지정 기간은 2027년까지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낡은 규제의 틀을 유지한 채 예산만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 기조를 재정립하고, 글로벌 규제 흐름과의 정합성을 맞추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가 ‘기회의 땅’으로 되살아날지, ‘이름뿐인 제도’로 막을 내릴지는 이제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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