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지난 1년간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대외 변수도 동시에 거세졌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 관세 부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이 같은 시장 충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향후 자동차 산업 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무공해차 목표 상향‧자율주행 실증 확대…미래차 전환 속도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단계적으로 높였다. 무공해차 보급 목표치는 올해 24%에서 시작해 2027년 28%, 2028년 36%, 2029년 43%, 2030년 50%까지 확대된다. 저공해차 보급 목표도 올해 28%에서 2030년 50%로 올라간다.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 중심의 판매 구조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상용화 시점과 실증 방식이 보다 구체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4년 약 56조원에서 2030년 19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정부는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통해 2027년 AI 기반 레벨4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레벨4는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단계다. 정부는 올해 광주광역시에 자율주행차 200대 투입을 시작으로 대규모 실증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주행 데이터를 표준화해 통합‧공유하는 자율주행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 정책 방향에 발맞춰 미래차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는 자체 자율주행 역량을 기반으로 광주시 자율주행 실증 사업에 참여한다. 양산차 기반 테스트 차량 200여대를 광주시에 투입하고, 포티투닷의 차세대 주행보조 기술인 ‘아트리아AI’ 검증을 본격화한다. 실증 차량과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플랫폼(DRT) ‘셔클’을 함께 운영해 실제 도심 주행 데이터와 플랫폼 운영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는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로이)의 제작 역량을 갖췄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율주행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운수사업자와 협력해 대중교통의 자율주행 전환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제도 손질에도 나섰다. 정부는 자율주행 분야에 ‘선(先) 허용, 후(後) 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기술 개발과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 애로사항을 발굴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차량을 단순히 시험 운행하는 단계를 넘어 호출과 배차, 관제, 운영 관리까지 하나의 서비스로 묶는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 제도화도 추진한다.

다만 지난 1년 사이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은 한층 복잡해졌다. 정부가 미래차 전환의 제도적 기반을 넓히는 동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미국 통상 리스크, 중국 전기차 업체 공세가 동시에 이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한층 커졌다.
가장 큰 변수는 전기차 캐즘이다. 전동화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미국의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여파가 국내 수출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127만5714대로, 전년 대비 2% 줄었다. 미국 전기차 등록 대수가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도 8.0%에서 7.8%로 낮아졌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수출 감소로도 이어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4사(현대차‧기아‧KGM‧르노코리아)의 전기차 수출 대수는 2023년 34만6880대에서 지난해 26만1943대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 관세 부담도 수출 전선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후 한미 협상을 거쳐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은 15%로 낮아졌지만, 기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수출하던 국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15% 관세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는 곧 수출 직격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전기차 신차 수출은 1만2166대로, 전년(9만2049대) 대비 86.8% 급감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도 국내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올해 1분기 국내 신규 등록된 전기 승용차 총 7만78대 가운데 36.5%는 중국산(2만5595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21.7%)와 비교해 1년 사이 14.8%포인트(p)나 오른 수치다. 이처럼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물론, 전동화 전환을 준비 중인 국내 부품업계의 수익성 부담도 커지게 됐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래차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방향이지만, 현재 자동차 산업은 캐즘과 관세, 중국 공세가 동시에 겹친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복합 위기는 기업이 개별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정책 조율과 산업 지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차 전환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산업 생태계가 함께 버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산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