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8일 (1)
[전정희의 행간] 망상 바다의 아스라한 꿈, 강원 교육의 푸른 숲을 이루다

[전정희의 행간] 망상 바다의 아스라한 꿈, 강원 교육의 푸른 숲을 이루다

소설가 전정희가 나의 옛 동무, 강삼영 신임 강원도교육감에게 보내는 편지 

승인 2026-06-06 08:59:17

소설가 전정희
소설가 전정희

<기찻길 옆 흙먼지 날리던 교정, 그곳에 심었던 작은 씨앗>

시간이란 놈은 참으로 모질고도 아스라해서, 가만히 눈을 감으면 수십 년 전 그해 봄날의 동해 망상초등학교 교정이 바로 코앞에 와닿습니다. 철마다 시퍼런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망상 선로를 따라 덜커덩거리며 지나가던 기차 소리가 우리 어린 날의 유일한 노래가 되어주던 그 먹먹한 시절 말입니다. 코흘리개 시절, 우리는 구멍 난 양말 사이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가르며 뛰놀았고, 가시덤불에 무릎이 깨져 피가 고여도 서로를 보며 짓궂게 웃어넘기던 참으로 때 묻지 않은 고향 동무였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나눈 야무진 얘기들은 바닷바람처럼 가볍고 소박했어도, 그 속에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은 푸른 꿈의 씨앗들이 꼬물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소설가가 되어 사람향기나는 행간을 써내려가는 인생을 살게 되었고, 나의 귀한 친구인 강삼영은 마침내 강원도 교육의 수장이라는 엄숙하고도 명예로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당선 소식을 듣던 날, 나는 서재의 창을 열고 멀리 강원도의 푸른 산자락과 바다를 떠올렸습니다. 가슴 뭉클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내 기억 속의 그 선하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곧았던 망상골의 소년이, 이제는 강원도 전역의 아이들 미래를 책임지는 거목이 되었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자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지난 낙선의 아픔이라는 깊고 시린 겨울을 묵묵히 벼텨내고, 마침내 도민들의 부름을 받아 다시금 꽃을 피워낸 친구의 뚝심이기에, 친구로서 느끼는 이 기쁨은 더욱 시리고도 찬란합니다.


<‘공부보다 삶이 먼저’였던 눈빛, 품이 넓은 교육을 위하여>

소설가로서 내가 바라보던 세상은 늘 외롭고 춥고 소외된 이들의 곁에 멈추어 섭니다. 문학이 인간의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달래는 일이라면, 교육은 그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단단한 울타리를 세워주고 스스로 자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 일 것입니다.

강원도의 거친 칼바람과 깊은 골짜기마다에는 여전히 작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거창한 구호나 번지르르한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거나 낙오되지 않도록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미의 품’ 같은 교육입니다. 지식의 양을 채우는 사나운 경쟁의 교육을 넘어, 아이들의 가슴속에 따뜻한 인성의 불씨를 지펴주는 교육을 나는 문학인의 시선으로 간절히 소망합니다.

내가 아는 강삼영은 누구보다 타인의 아픔에 귀를 기울일 줄 알던 속 깊은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어릴 적 도계와 태백으로 생선을 팔러 다니시던 어머니들의 굳은살 박인 손등을 보며 ‘공부보다 삶이 먼저’라는 귀한 철학을 가슴에 새겼던 내 친구. 태풍에 급식이 끊긴 아이들에게 수개월동안 직접 밥을 지어 먹이던 그 초등 교사 시절의 뜨거운 눈빛을 나는 상상해봅니다.

차가운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법이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걷는 법을 배우는 ‘인간다운 교육’을 내 친구가 반드시 실현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친구가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모두가 빛나는 강원교육” 이라는 약속은, 결국 망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우리 모두가 아무런 차별 없이 평등하게 빛나던 그 유년의 기억을 강원도 전역에 재현해내겠다는 아름다운 다짐일 것입니다.


<초심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

자리가 높아질수록 바람은 세차고, 가야 할 길은 험난하기 마련입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복잡한 갈등 속에서 때로는 지치고 외로운 순간이 친구를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함께 뛰놀던 그 옛날, 아무런 욕심없이 맑았던 망상초등학교 교정의 하늘을 기억해 주십시오.

아이들을 사랑했던 그 순수한 열정, 교육을 바로 세우고자 했던 그 준엄했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거센 풍랑도 친구를 흔들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적 계산이나 일시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아이들의 미래와 강원도의 백년대계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걸어가는 뚝심 있는 리더가 되어주십시오. 현장의 목소리를 낮은 자세로 듣겠다던 청년 교사 강삼영의 다짐이, 행여나 자리가 주는 무게에 가려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친구로서, 그리고 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나는 친구의 뒤에서 늘 기도의 등불을 켜두겠습니다. 친구가 지쳐 넘어지려 할 때, 고향의 흙냄새와 옛 동무들의 변함없는 신뢰가 친구를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강원도의 푸른 미래를 향해 내딪는 첫걸음>

이제 친구는 강원도 교육이라는 커다란 도화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는 위대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짜기마다 가득 차고,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며,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친구와 내가 꿈꾸는 세상일 것입니다.

친구의 당선을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합니다. 이 축하의 글은 한 소설가가 동무에게 보내는 진심어린 헌사이자, 강원도 교육의 밝은 내일을 염원하는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올리는 간절한 응원가입니다.

나의 자랑스러운 친구, 강삼영아.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그 길을 걸어가라. 네가 내딪는 발걸음마다 강원도 교육의 푸른 숲이 울창하게 우거지기를, 그리하여 그 숲 그늘 아래서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의 푸른 꿈을 마음껏 펼치며 자라나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필자 소개]
소설가 전정희는 강원도 동해 출생으로, 중편소설 ‘묵호댁’으로 문단에 데뷔해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화천군·영덕군·강화군·문경시 등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소외된 인간의 삶을 품어주는 따뜻한 문학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전인수 기자 penj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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