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특허를 출원하더라도 사람이 발명의 창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았다면 발명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또 AI가 생성한 시험데이터나 가상 실험 결과를 검증 없이 실제 실험 결과처럼 제출할 경우 특허가 무효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은 9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시대 올바른 특허출원 안내서’ 발간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안내서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특허 출원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AI 활용 특허를 막고 신뢰할 수 있는 특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내서는 핵심 4가지 원칙으로 사람의 실질적 창작 기여, AI 생성 데이터 검증, AI 발명 유형별 특허요건, AI 사용 과정의 보안관리를 제시했다.

우선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만 인정된다.
AI는 특허를 받을 수도 없고 발명자가 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단순히 ‘기존보다 성능이 20% 향상된 드론 날개를 설계해줘’처럼 일반적인 지시만 입력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특허로 출원하는 경우 발명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설령 등록되더라도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
또 사람이 발명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연구자가 직접 설계한 특수한 물리 조건과 파라미터를 AI에 입력해 최적 구조를 도출하거나, AI가 제안한 수백 개 후보물질 가운데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유효 후보를 선별·수정하는 경우, 또는 AI가 제안한 신소재 배합비를 실제 합성 실험으로 검증해 구체화한 경우에는 사람의 창작 기여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AI가 출력한 설계도나 모델 결과를 아무런 기술적 검토 없이 그대로 명세서에 옮겨 적거나,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하는 역할만 수행한 경우는 발명자로 인정받기 어렵다.
특히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대한 경계도 강조했다.
생성형 AI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기술 내용이나 허위 시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출원인과 특허대리인은 명세서와 의견서를 작성할 때 기술 내용의 진실성과 발명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의약품과 바이오, 첨단소재 분야에서는 AI가 제안한 후보물질이나 효능을 실제 실험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특허를 받기 어렵다.
안내서는 AI가 생성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만으로는 발명의 효과를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의약·바이오 분야에서는 동물실험이나 시험관 실험 등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실험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AI가 만든 실험 결과를 실제 연구자가 수행한 실험인 것처럼 허위로 제출하는 행위는 더 큰 법적 위험을 안고 있다.
특허법 제229조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안내서는 AI 발명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각각의 특허요건도 설명했다.
AI 알고리즘이나 학습모델 자체를 특허로 출원하는 경우 소프트웨어가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 하드웨어와 결합해 구체적인 정보처리를 수행해야 발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AI가 발명의 구성요소로 포함되는 경우에는 데이터 전처리나 학습모델, 학습 결과 활용 과정에서 독창적인 기술적 특징이 있어야 하고, 선행기술보다 더 우수한 효과를 보여야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사람이 하던 과일 선별 작업을 AI로 대체하는 수준이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반면 데이터 전처리 방식이나 학습모델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예측 성능을 크게 높였다면 특허 가능성이 높아진다.
AI를 설계·탐색 도구로 활용해 새로운 기계 구조나 화합물을 찾은 경우에도 실제 구현과 반복 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안내서는 AI가 도출한 신규 화합물도 화학구조식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며 실제 제조가 가능하다는 실험데이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가 설계한 기계장치 역시 실제 작동 가능성과 구조적 타당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보안 문제도 주요 유의사항으로 꼽혔다.
외부 AI 모델에 입력한 프롬프트와 데이터는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핵심 아이디어가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개된 AI 서비스에 입력한 기술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될 경우 특허의 신규성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AI 사용 전에 입력데이터가 외부 학습에 활용되지 않도록 환경설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서는 권고했다.
지식재산처는 실제 AI 활용 특허 사례도 소개했다.
AI가 생성한 왜곡된 문자나 대화 내용을 검증 없이 명세서에 포함한 사례와, 한 명의 개인 출원인이 AI·양자컴퓨팅·합성생물학 등 서로 다른 첨단 분야의 고난도 발명을 하루에 수십 건씩 출원한 사례 등을 제시하며 무분별한 AI 활용 특허출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정 차장은 "AI 활용 발명에 대한 심사기준은 국제적 제도 조화가 중요한 만큼 국제 논의를 주도해 AI 시대에 부합하는 특허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