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제도에 대해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은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전세’는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 큰 목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거주한 뒤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임대차 제도를 말합니다. 다른 국가에서는 유사한 형태가 거의 없거나 한국처럼 보편적으로 활용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전세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월세는 매달 고정적인 주거비 부담이 발생하지만, 전세는 상대적으로 월 부담이 없어 선호돼 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시가 실시한 ‘2024 서울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44.1%는 자가, 25.4%는 전세, 28%는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세는 왜 줄어드나
최근 들어 전세가 임대차 시장에서 점차 줄어들면서 사실상 ‘실종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11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728건과 비교하면 6616건, 25.7% 줄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주택 공급 부족입니다. 2022~2024년 사이 주택 착공 물량이 감소하면서 향후 입주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새 아파트 입주가 줄면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세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 입주 시기에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는 물량이 전세로 나오면서 시장에 전세 공급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착공 감소로 향후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이런 신규 전세 공급도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10년 평균 약 4만호 수준이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받아 2023년에는 2만7000호, 2024년에는 2만2000호, 2025년에는 2만7000호로 평균치를 밑돌았습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정책도 전세 물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과거에는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내놓으며 임대 물량을 공급했지만, 세금 부담과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방침을 발표했을 당시 매매 물량은 늘어난 반면, 전세 물량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선호 자체가 약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낮은 선택지로 여겨졌지만,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임차인들은 큰 목돈을 한꺼번에 맡기는 전세를 기피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급 부족과 선호 감소에 임차인들이 월세로 이동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과 거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전세 거래 비중은 2017년 4월 65.6%에서 2026년 4월 50.2%로 15.4%p 감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거래 비중은 34.4%에서 49.8%로 15.4%p 증가했습니다.
사라지는 주거 형태, 커지는 불안
임대차 시장의 변화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둘째 주(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11%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0.73%보다 3.38%p 높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월세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개별 단지에서도 고액 월세 계약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면적 84㎡는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계약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가 점차 사라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충분한 주택 공급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가 후진적인 제도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맞지만, 그 과정은 연착륙해야 한다”며 “20년에 걸쳐 전세 비중이 점진적으로 줄고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대신 주택 공급을 충분히 확대해 월세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같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