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역사상 최대 낙폭을 뒤로하고 다시 상승세를 시현했다. 간밤 미국 반도체 대형주의 급락세에도 동학개미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수세에 힘입어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깊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폭락장이 펀더멘털 부진 여파가 아닌 단기 차익 실현 욕구에 기인한 점에서 중장기적 측면의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6%(267.18p) 오른 8471.02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8917억원, 2조1344억원을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외국인은 홀로 5조158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직전 거래일인 23일 사상 초유의 급락세를 선보인 이후 하루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이른바 V자 반등 흐름이다. 앞서 코스피는 23일 전 거래일 대비 9.99%(910.71p) 하락한 8203.84까지 떨어지면서 전일 종가 대비 역대 최대 수준의 하락세를 선보였다. 구천피(코스피 지수 9000선)를 돌파한 이후 3거래일만에 8000선 초입까지 미끄러진 셈이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오전 11시40분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니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5.12% 떨어진 1407.54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는 매도 13번, 매수 14번으로 합산 27회 발동됐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집계된 26회를 웃돈 수준으로 역사적인 변동장세 시기임을 내비친다.
아울러 오후 2시33분쯤에는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 일시중단)까지 작동했다. 당시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9.07%(736.30p)까지 급락한 8368.25로 추락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직전 매매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황이 1분간 지속될 때 채권을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모든 상장 종목의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올해의 경우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 시기였던 지난 3월4일과 9일, 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된 이달 8일과 전날을 포함해 총 4회 발동됐다.
통상 전일 코스피가 급락할 경우 다음날 주로 반등하는 상황이 연출된 점에서 사상 초유의 폭락을 선보인 직후 거래일인 이날 상승세는 순연적이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연초 이후 코스피 낙폭이 거셌던 지난 3월4일(-12.1%)과 이달 8일(-8.3%)의 경우 다음 거래일인 3월5일과 6월9일 각각 전 거래일 대비 9.63%, 8.18% 상승한 바 있다. 이날도 과거 사례 대비 회복세는 낮았으나, 유의미한 수준의 상승세를 시현했다.
다만 이날 상승세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투매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악재 반영보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순매수 행렬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2%(579.56p) 내린 2만5587.04에 장을 마쳤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전 거래일 대비 13.18% 급락한 1051.77달러까지 주저앉았다.
국내 증시 상승세를 견인하는 주도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각각 9.84%, 0.98% 상승한 34만500원, 25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와 반도체장비업종도 전일 대비 5.00% 올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 대형주의 급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향방이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며 ”이날 흐름은 미국 증시와 정반대의 흐름이 연출된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순매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최근 확인된 코스피 급락은 장기간 상승랠리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한다. 특히 반도체 업종 중심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한 점에서 일만피(코스피 지수 10000선) 재도전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평가한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 급락은) 추세적인 하락 보다는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해당한다"며 낙폭 이유에 대해 ”오랜 기간 이어진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정이 약세장의 시작으로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책 방향과 AI 투자 스토리에 대한 보다 명확한 신호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필요한 숨 고르기라고 판단한다”며 “메모리 반도체와 주변 AI 관련 종목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 이들 제품이 계속해서 핵심적인 병목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코스피 흐름이 지난 3월 조정기와 다른 양상을 선보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추가적인 투매 양상 가능성에도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한 이익이 나타날 경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은 2주~2개월까지 소요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이격조정 여지는 남아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3월 조정 사례를 보면, 2차 바닥은 어영부영 지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7월부터 이어지는 2분기 실적시즌에서 반도체는 호실적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피크아웃 우려와 함께 실적발표가 셀온(투매)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시장 예쌍대로 반도체가 60%대 이익률을 보여준다면, 최근 실적시즌마다 반복됐던 증권가 전망 상향이 이뤄지면서 주당순이익(EPS) 속도는 다시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