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6일 (1)
무너진 스포츠맨십…문체부 윤리센터, 배재고에 직권 조사 착수 [쿠키 초점]

무너진 스포츠맨십…문체부 윤리센터, 배재고에 직권 조사 착수 [쿠키 초점]

문체부 산하 스포츠 윤리센터 직권 조사 착수
학원 스포츠가 자발적으로 스포츠맨십 훼손
2일 순천효천고와 경기 출전 여부도 불투명

승인 2026-07-01 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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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진행된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야구경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9일 진행된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야구경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캡처

학원 스포츠가 스포츠맨십을 스스로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배재고는 지난 6월29일 광주제일고와 경기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상대팀을 조롱했다.

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 윤리센터는 이날 내부 회의를 통해 직권 조사를 진행하는 걸로 결정했다. 다만 같은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KBSA)도 해당 사안을 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공정위)에 회부했다.

이에 따라 스포츠윤리센터 조사 이후 정해진 징계를 바탕으로 공정위가 징계를 양정하는 수순을 밟은 전망이다.

선수가 직접 비난과 조롱? 전례 없는 경우

배재고 선수단이 외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 운동을 조롱하는 구호다. 국민적 공분을 유발한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마케팅에 대해 이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고개 숙여 사과했고, 한국 스타벅스는 사상 처음으로 업무를 중단하고 전 직원 역사 교육을 받는 등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재고가 다시 상대를 조롱하고 지역 감정을 자극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프로 야구 선수를 지망하는 고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스포츠맨십’을 크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홍덕기 경상국립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특히 방송 중계가 되는 상황에서 혐오와 차별적인 표현을 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특히 배재고 선수들이 구호를 일사분란하게 외쳤고, 덕아웃에 있던 선수 대부분이 동일한 몸짓으로 호응했다는 점에서 사전에 준비된 행동이라고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이번 배재고 선수들의 행동이 “의도적으로, 불손하게 준비한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서울 잠실야구장 응원석 전경. 연합뉴스
서울 잠실야구장 응원석 전경. 연합뉴스
인기 폭발 한국 야구, 응원가의 의미

한국 프로 야구는 KBO 출범 이후 지난 2024년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관중 12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관중 입장 신기록을 달성했다.

야구는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1200만 관중 시대를 연 종목에 등극했다. 올해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역대 최소 경기 만에 7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 야구는 올해까지 3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한국 야구가 흥행할 수 있던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있지만 ‘응원 문화’ 영향이 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지난 2024년 KBO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야구장을 찾는 관객 49%가 ‘응원 문화가 재밌어서 경기장을 찾는다’고 답변했다.

해외 리그와 달리 한국 야구는 상대편 ‘기 죽이기’보다 우리편 ‘기 살리기’ 응원이 발달했다. 각 구단만의 특색이 담긴 응원가뿐만 아니라 선수별 응원가도 있다. 팬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불린다고 손꼽히는 LG 홍창기 선수 응원가의 경우는 노래방 음원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야구에서 ‘응원가’는 건전한 야구 문화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비록 고교 선수일지라도, 프로 야구 진입을 목표로 운동을 하고 있는 선수가 응원가 형식을 빌려 상대팀을 조롱한 사실상 최초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학원 스포츠 현장 한계 드러나…근본적인 체질 개선 해야할 때

이번 사건을 두고 학원 스포츠 현장의 오랜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포츠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한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학원 스포츠 교육 현장의 한계를 언급했다.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윤리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토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단순히 윤리 교육을 했다는 요식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나 세부 논의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덕기 교수 역시 “우리 사회, 어른, 문체부, 대한체육회 모두 알고도 모른 척 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으면서 그간 우리 사회가 “경기 성적만 좋으면 관용을 베푸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아직 학생인 선수를 교육 관점이 아니라 단순히 경기 성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그 탓에 학생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할 역사 교육, 인권 감수성 교육이 소홀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번 배재고 사건으로 한정했을 경우, 앞서 정용진 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만큼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의 언행으로 일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2의 배재고 사태 발생 막으려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따져 책임 소재를 밝히고 조치를 취하는 것만큼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권일남 교수는 “스포츠맨십 교육이나 상대를 존중하는 교육이 올바른 궤도에 정착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인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현재 논의 되는 프로 입단 제약 등 물리적 조치를 넘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KBSA는 이날 배재고의 향후 경기 출전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결론은 아지 않았다. 쿠키뉴스는 당장 내일(2일)로 예정된 배재고와 순천효천고 경기에 배재고 출전 여부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KBSA 측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정후 기자 kj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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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부 김정후 기자입니다. 현장의 순간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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