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0일 (5)
검증 없는 정책, 현실 비켜간 5부제 특약 [취재진담]

검증 없는 정책, 현실 비켜간 5부제 특약 [취재진담]

승인 2026-07-09 17: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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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5부제 보험료 할인 특약은 출발부터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이었다. 특약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보험료 2% 할인 필요 없다. 참여 안 한다. 지방은 차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 “보험료 100만원 기준 2만원 할인인데 버스나 전철만 일주일 타도 그 돈은 금방 나간다. 출퇴근 시간까지 늘어나는데 누가 하겠느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정책 취지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고유가 상황에서 차량 운행을 줄이면 보험료를 깎아주겠다는 발상은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 다만 국민이 실제로 참여할 만큼 충분한 유인이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동차보험료를 연 70만원 내는 운전자가 특약을 1년 유지해 돌려받는 금액은 약 1만4000원이다. 하루로 계산하면 40원 정도다. 이 정도 혜택이라면 차량 운행을 줄이고 직접 특약 가입까지 신청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실제 한 소비자는 “보험 갱신 시기였다면 문의는 해봤겠지만, 굳이 가입하려고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참여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근무하는 한 버스기사는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 출퇴근하는데 어떻게 차를 놓고 다니느냐”며 “제도를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참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 거주자나 교대근무자처럼 차량 이용이 사실상 필수인 경우도 많다. 같은 정책이라도 생활 여건에 따라 체감은 크게 달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국민이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충분한 유인을 먼저 따져봤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특약은 정부가 추진 방침을 먼저 정한 뒤 보험업계가 상품과 시스템을 급하게 맞춰 준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책 취지와 별개로 현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 충분히 검증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결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보험업계가 특약을 출시하고 홍보했지만 가입률은 0~1%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가 잇따라 해제되면서 정책도 사실상 단기간에 막을 내리게 됐다. 도입 직후 관련 조치가 잇따라 풀리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제도가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한 소비자는 “전쟁 때문에 생긴 2부제나 5부제인 만큼 제도가 금방 없어질 것 같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준비 상황도 충분하지 않았다. 기존 운전습관 연계 서비스를 운영하던 일부 대형사들은 비교적 어려움 없이 특약을 도입했고, 이를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 구축한 시스템은 추후 다른 상품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관련 인프라가 없던 일부 중소 손해보험사는 비운행 요일에 사고만 없으면 실제 운행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료를 돌려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차량을 운행해도 사고만 없으면 할인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정책 취지가 흐려졌고,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 보험료 환급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실제 참여할 수 있는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지, 생활 여건과 맞는지를 충분히 따져야 한다. 정책은 발표가 아니라 참여로 완성된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은 아무리 좋은 취지를 내세워도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이번 정책은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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