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 끼임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승모(28·남)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숨진 HL만도 평택공장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27일 오후 1시 방문한 김씨의 빈소 입구에는 고인이 속했던 하청업체인 피아로딕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만도지부 등이 보낸 근조 화환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김씨의 영정사진 앞에는 국화 3송이가 놓여 있었다. 빈소 내부는 유가족과 금속노조 조합원 4명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씨가 숨진 지 닷새째, 빈소를 차린 지 사흘째지만 발인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 밥도 잘 나오고 괜찮다고 하길래 좋은 환경인 줄로만 알았다”며 “기술을 배우라고 추천한 일자리였는데 자식을 이런 위험한 곳에 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2일 오후 12시48분쯤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머시닝센터(MCT 설비) 12호기 내부 유지·보수를 하던 중 기계가 시험 가동되면서 끼임 사고를 당했다. 사고 발생 18분 후, 119 구급대가 도착했고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평택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그는 오후 2시40분쯤 끝내 숨졌다. 당시 해당 기계에는 안전장치가 없어 내부에 사람이 있었는데도 가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김씨는 피아로딕스 소속이었지만 경기 평택시 HL만도 평택공장으로 출근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대기업 관리 아래 일하기에 안전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아들이 일했던 평택공장은 아버지의 상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는 “사고 현장을 보자마자 노후된 기계와 열악한 환경이 눈에 띄었다”며 “아들이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알았다면 출근하지 못하게 말렸을 것”이라며 “알고 있던 대기업의 모습과 아들의 근무 환경은 180도 달랐다”고 이야기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이대로 사건이 묻히면 내 아들과 같은 사건이 몇 년 뒤가 아니라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어 보였다”며 “사측은 반드시 책임을 지고 현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은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사고 관련 대응을 위임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사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나올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고인의 유족이 느낄 상실감과 막막함을 알기에 같은 아픔을 겪어본 유족으로서 위로를 전하고자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해 왔다는 것을 몰랐던 만큼 유족의 분노가 클 것”이라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더 이상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당시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중호 금속노조 만도지부 사무국장은 “사측은 원래 안전장치가 있던 기계에서 이를 철거했다고 주장하지만 공장 내 15개 MCT 설비 전체에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라며 “조합원 증언으로는 현장에 안전 관리자도 배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오는 30일 사측과 긴급 산업안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중대재해수사팀은 해당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인 HL만도 측은 “비통한 심정에 빠져 계실 유가족과 동료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계기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