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미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핀셋 지원 동반돼야”

철강업계 미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핀셋 지원 동반돼야”

- 탄소 다배출 철강업, 수소 통한 생산 전환 경쟁 가속
- 2030년 이후 상용화 목표, 경쟁국 대비 지원 규모는 부족
- 생산단가도 높은 편…경제성 갖출 저변 지금부터 마련해야

기사승인 2025-05-21 06:00:07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월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하고 본격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철강산업의 미래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재차 강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기술개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경쟁국 대비 규모가 작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년 이후 상용화 목표를 이루려면 투자 규모 확대와 함께 경제성 확보 보완책 등 ‘핀셋’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전국 지역 유세 과정에서 산업분야 공약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강조하며 기술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철강산업이 중국발 저가 공세, 트럼프발 관세 정책 등으로 장기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로 고부가가치 철강 생산·탄소중립 등 여러 이점을 취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등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기존 공정은 고로에서 화석연료가 연소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이탄화탄소 등이 발생한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해 직접환원철(DRI)로 만든 뒤 이를 전기로에 넣어 녹여 쇳물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량을 이론상 ‘제로(0)’로 줄일 수 있다.

국내 전체 탄소배출의 약 14%(산업 부문의 38%)를 차지해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불리는 철강산업의 탄소저감은 필수적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포스코그룹이 지난 2009년부터 해당 기술을 준비해 왔고 2020년 로드맵 수립을 마쳤다. 2021년 유동환원로 기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기술을 선보인 후 지난해 1월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하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 사업’을 일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2026년~2030년)하고, 올해까지 기초기술 개발 완료 후 2030년 100만톤 실증 설비 구축, 2040년 300만톤급 상용 설비 구축 등을 거쳐 2050년까지 모든 고로 설비를 수소환원공정 설비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올해 초 ‘2025년도 산업기술혁신사업 통합 시행계획’ 공고를 통해 지원 산업·에너지 분야 연구개발에 철강 부문을 포함해 ‘탄소중립산업핵심기술개발’을 지원토록 했다. 

다만 해당 기술개발 및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정부 지원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수소환원제철 기술 지원이 포함된 ‘저탄소 철강 기술’ 지원금은 약 2685억원으로 편성돼 있는데, 2416억원이 기존 철강 생산 설비 개선에 투입되며 수소환원제철을 위한 직접 예산은 269억원에 불과하다. 

기술개발 투자 비용 규모가 곧 기술 고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독일과 일본 등 주요국이 수소환원제철에만 조 단위 예산액을 편성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특히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미래 기술개발과 관련한 투자금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웨덴 보덴에 건설 중인 ‘H2 Green Steel社’ 수소환원제철소. 비즈니스그린 제공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스웨덴은 ‘H2 Green Steel社’의 프로젝트에 2023년 자본조달로 15억유로(약 2조2500억원)를, 이어 부채조달로 40억유로(6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추가로 EU 혁신펀드로부터 2억5000만유로(약 375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독일에서는 ‘Salzgitter AG社’의 SALCOS 프로그램이 새로운 수소환원제철 설비 건설을 위한 약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 보조금을 확보했다”며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철강 생산량이 절반 수준이지만, 당장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화석연료 고로 6기를 저탄소 철강 생산 설비로 대체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생산되는 철강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저변도 지금부터 마련해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그린수소 유통 구조 및 단가가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설비부터 들어설 경우 기존 고로 대비 생산단가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어 기업 입장에선 손해만 보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발표한 ‘녹색 철강 경제학: 세계 그린 수소환원제철과 전통 제철의 경제성 비교’에 따르면, 수소 가격 1달러 기준 한국의 수소환원제철 톤당 생산단가는 621달러(86만4300원)로, 일본(585달러), 중국(517달러) 등 주변국 대비 10% 이상 높았다. 브라질(476달러)과는 20% 이상 차이가 났다. 

수소환원제철 생산단가 차이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의 국내 단가가 주요국 대비 3배가량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 계통 문제에 따른 재생에너지 설비 부족, 그린수소 수입 과정에서의 높은 운송비 등 요인이 꼽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시장 원리에 따라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판매가도 올라가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수소 수입선 다변화 지원, 국내 청정수소 시장 가격 안정화 등 정부 주도로 수소 밸류체인이 자리 잡아야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상용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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