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4일 마침내 대권의 꿈을 이뤘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실패와 성찰, 실용과 단련으로 이어진 이 당선인의 지난 20여 년의 정치 여정은 이번 승리의 밑바탕이 됐다.
“성능 개량된 도구”…준비된 대통령의 귀환
이 당선인 지난 공식 유세 기간동안 ‘준비된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그는 “3년 동안 성능 많이 개량됐다. 유능하고 준비돼 있으니 한 번 맡겨달라”며 ”여러분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다. 버튼만 눌러주시면 총알같이 달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유권자의 ‘도구’라 표현한 그는 유권자를 향해 ‘합리적 소비자’로서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대선 3수’인 이 당선인의 절박함이 담긴 선언이었다.

정치권 변방에서 대권까지…스스로 길을 내다
이 당선인의 정치 인생은 ‘정면 돌파’의 역사다. 그가 강조한 ‘유능함’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실패를 스승 삼아 끊임없이 단련한 결과였다.
이 당선인은 2006년 첫 선거 도전 이후 몇 번의 낙선 끝에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치 무대에 발을 디뎠다. 성남 공공의료원 건립을 위한 주민 발의 조례를 계기로 정치를 시작한 그는 시장 재임 기간 95%에 달하는 공약 이행률을 기록하며 ‘약속 지키는 행정가’로 자리매김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의 행정 경험은 그의 정책 이해력과 분석 능력의 밑바탕이 됐다. 그는 단순히 정책을 수용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직접 설계하고 현실에 맞게 조율할 줄 아는 ‘정책형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 역시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20대 대선 당시에는 경기도지사로서 추진했던 정책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공약을 구성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20대 대선 경선 당시만 해도 비주류 이미지가 강했다. 당내 세력 기반도 약해 경선에서 불리했다. 그러나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 이른바 ‘기본 시리즈’를 앞세워 정책의 선명성을 강조하며 대중의 지지를 끌어냈다. 대중성과 메시지로 돌파한 결과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 이낙연 후보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과반 득표로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패하며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통상 낙선 후 '칩거'에 들어가지만 이 당선인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젊다"고 말한 뒤 대선 패배 두 달 만인 2022년 6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21대 국회의원으로 부활한 그는 그해 8월 민주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재명 리더십…‘당원 중심 대중정당’으로
2024년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 해였다. 22대 총선에서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며 당 주도권을 확고히 했고, 같은 해 8월 전당대회에서는 85.4%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이 당선인은 당의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전국대의원대회’를 ‘전국당원대회’로 바꾸고, 공천 룰과 주요 현안을 권리당원 투표로 결정하도록 하며 당 운영의 중심을 당원에게 돌렸다. 그 결과 민주당은 그의 리더십 아래 ‘당원 주권 정당’으로 재편됐다.
억강부약에서 실용주의까지…진화하는 정책 리더십
3번의 대선 도전 내내 이재명 당선인의 일관된 정치 철학은 ‘억강부약’이다. 강자의 탐욕을 절제하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사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첫 대선 도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의 핵심 약속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책 노선은 유연하게 조정해왔다. 20대 대선에서는 ‘공정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번 대선에서는 마이너스 성장률이 언급되는 경제 현실을 반영해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AI, 반도체, 첨단산업으로의 산업 전환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보편복지국가 건설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최고의 도구가 되겠다”
이 당선인은 확실시 되던 4일 새벽 ‘빛의 혁명’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가 꿈꾸었던 완벽한 대동세상을 못될지라도 혐오와 대결을 넘어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당선인에게 실패는 스승이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불우한 어린 시절, 소년공, 자수성가 변호사, 원내 1당 대표. 이 대통령은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이라며 “밑바닥부터 여기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정면 돌파가 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