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이용을 크게 억제하는 대신 보험료는 낮춘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오는 6일부터 출시된다. 과잉 진료로 누적된 적자를 줄이기 위한 개편이지만, 병원 이용 시 본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갈아타기 판단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5세대 실손보험 출시 방안을 발표했다.
“적자 반복 끊는다”…비급여 구조 손질
5세대 실손에서 가장 큰 변화는 비중증 비급여 보장을 대폭 줄인 점이다. 자기부담률이 기존 30%에서 50%로 높아진다. 소비자가 치료비 절반을 직접 내게 되면 가격과 이용 횟수를 더 따져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세대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자기부담률이 50%라는 점”이라며 “가급적 가격을 따져 치료를 받고 이용 횟수도 고려하게 되면서 (손해율)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장 한도 축소도 특징이다. 기존 4세대는 중증·비중증을 합쳐 연간 5000만원까지 보장했지만, 5세대는 이를 분리했다. 중증 비급여는 기존처럼 연 5000만원 한도를 유지한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는 연 100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당국은 “보험금이 줄어야 보험료도 낮출 수 있다”며 “비중증 치료비로 연 2000만원 이상 쓰는 사례는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보장 대상에서 빠지는 항목도 늘었다.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물리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비급여 주사제, 미등재 신의료기술 등은 5세대 실손에서 보장하지 않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의료기술 재평가에서 효과가 낮거나 과잉 사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 기술도 제외된다. 일부 암 면역증강요법과 온열치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다르게 매기는 구조는 유지된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다음 해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방식이다. 병원을 적게 이용한 가입자는 보험료 부담이 줄고, 많이 이용한 가입자는 더 내는 구조다.
중증은 유지·강화…보험료는 낮춰
반대로 중증 영역은 기존 보장을 유지하거나 일부 강화했다. 암, 뇌혈관·심장질환 등 중증 비급여 치료는 연간 5000만원 한도와 자기부담률 30%를 그대로 적용한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입원 치료에는 연간 자기부담 상한 500만원을 새로 뒀다. 중증 치료로 본인이 부담한 금액이 연 5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은 실손보험이 보장한다.
급여 보장 방식도 일부 바뀐다. 감기 등 경증 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보장을 줄이고, 동네 의원 이용을 유도한다. 대신 임신·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는 새로 보장한다. 발달장애 치료도 급여 편입에 맞춰 실손 보장 범위에 포함했다. 필수 의료는 넓히고, 선택적 이용은 줄이겠다는 방향이다.
보장을 줄인 만큼 보험료는 낮아진다. 5세대 실손보험료는 4세대보다 약 30%, 1·2세대 상품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의료 이용이 적은 가입자일수록 보험료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가입 구조도 바뀌었다. 급여 보장만 기본으로 가입하고, 중증·비중증 비급여 특약을 선택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이다. 필요한 보장만 고르게 해 보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존 가입자의 전환을 유도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1·2세대 가입자는 일부 보장을 제외하고 보험료를 낮추는 ‘선택형 할인 특약’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입자는 △근골격계 물리치료·체외충격파·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MRA △자기부담률 20% 적용 등 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 해당 보장을 제외하면 보험료를 약 30~40% 낮출 수 있다. 또 1·2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갈아탈 경우 3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계약 전환 할인’도 도입됐다. 초기 가입자 약 47.5%가 대상이다. 다만 이는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실제 할인율은 보험사별로 다를 수 있다.
“갈아타면 할인”…전환 유도 장치 확대
금융당국이 비급여 구조에 손을 댄 배경에는 반복된 적자가 있다. 낮은 자기부담률로 비필수 의료 이용이 늘면서 실손보험은 매년 2조원 안팎의 적자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도 적자 규모는 1조8700억원에 달했다. 지급 구조의 쏠림도 뚜렷하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10명 중 6명 이상은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보험료만 낸 반면, 보험금 수령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74%를 가져갔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무너졌다는 평가다.
당국은 이번 개편으로 비급여 이용을 줄이고 보험료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가입자 약 4048만명 가운데 40%가 5세대 전환 대상이다. 4세대 가입자는 올해 7월부터 재가입 시점에 맞춰 5세대로 이동한다. 이후 2·3세대도 순차적으로 전환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세대는 비중증 비급여 자기부담률을 50%로 높인 만큼 이용 억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과잉 이용이 줄고 보험료 조정이 이뤄지면 시차는 있겠지만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이용이 적고 비급여 진료를 거의 받지 않는 가입자는 5세대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 절감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반대로 도수치료, 통증 주사, 장기 재활 등 비중증 비급여 치료를 자주 받는 가입자는 보장 축소 폭과 자기부담률 인상(30%→50%)을 따져본 뒤 전환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통원 보장도 ‘30% 또는 3만원 중 큰 금액’에서 ‘50% 또는 5만원 중 큰 금액’으로 바뀌어, 감기·경증 질환으로 외래 진료를 받을 때 최소 본인 부담이 지금보다 커지는 셈이다.
다만 소비자 반응은 엇갈릴 전망이다. 보험료는 내려가지만 병원 이용 시 부담은 늘어난다. 재활이나 통증 치료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용 억제 취지와 달리 일반 가입자도 체감하는 ‘보장 축소’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생명보험사 7곳(한화생명·삼성생명·흥국생명·교보생명·DB생명·동양생명·농협생명)과 손해보험사 9곳(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농협손해보험)이 우선 판매한다. 신한EZ손해보험은 전산 준비 등을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