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2)
금단의 클린룸 72시간…그 안을 달군 백색 엔지니어들

금단의 클린룸 72시간…그 안을 달군 백색 엔지니어들

승인 2026-05-12 09:48:57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팹 내부.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팹 내부.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외부인에게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반도체 팹의 문이 72시간 동안 살짝 열렸다. 축구장 8개 면적, 아파트 37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생산시설 안에는 최첨단 장비와 로봇, 하얗고 노란 조명, 그리고 24시간 라인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은 11일 오후 8시30분 ‘처음 만난 세계- 이천 SK하이닉스 72시간’편을 방송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는 SK하이닉스를 실적과 주가가 아닌, 현장의 시간으로 톺아본 기록이다.

72시간 열린 반도체의 심장부 ‘클린룸’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앞의 모습.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앞의 모습.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경기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는 매일 3만명이 오간다. 대규모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단순한 공장이 아닌 하나의 도시와 같은 공간이다. 수많은 설비와 공정, 구성원들이 맞물려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팹 내부는 외부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초정밀 제조 현장이다. 생산라인 내에서 방진복은 일종의 입장권과 같다. 구성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미세한 먼지 한 톨도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린룸 안에서는 로봇이 머리 위를 지나고, 장비들이 쉼 없이 움직인다. 구성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장비 상태와 공정 흐름을 확인한다. 최첨단 자동화 설비가 빼곡한 공간이지만, 그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집중과 판단에서 시작된다.

먼지 한 톨이 바위가 되는 치열한 공간…잠시도 멈출 수 없는 수백개 공정



SK하이닉스 팹 내부의 모습.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SK하이닉스 팹 내부의 모습.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된다. 장비 한 대의 이상도 생산 차질과 품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구성원들은 교대근무를 이어가며 라인을 지킨다. 밤낮의 구분이 흐려지는 클린룸 안에서 반복되는 점검과 조정은 반도체 제조의 기본 리듬이다.

손톱만 한 반도체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4개월 간 수많은 공정과 검증이 이어진다. 나노 단위의 오차를 줄이기 위한 확인이 반복된다. 겉으로는 작은 칩 하나지만, 그 안에는 수개월의 시간과 수많은 사람의 손끝이 겹겹이 쌓인다.

한 구성원은 반도체 공정을 ‘건설’에 비유했다. 세계 최고층 건물보다 더 높고 정교한 구조물을 칩 안에 세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300㎜ 원형 웨이퍼 안에는 1조개가 넘는 반도체 소자가 들어간다. 그 작은 공간에서 회로의 균일성과 연결성을 확보하는 일이 곧 수율과 직결된다.

낯선 세계를 익히며 함께 움직이는 원팀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내부에서 임직원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내부에서 임직원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반도체 현장은 처음 들어선 사람에게 낯선 세계에 가깝다. 생소한 용어, 복잡한 장비, 한 치의 오차도 쉽게 허용하지 않는 공정 속에서 신입사원들은 매일 새롭게 배우며 적응해간다.

이러한 배움은 경력이 쌓여도 놓을 수 없다. 4년차, 8년차가 되어도 배움은 이어진다.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과 공정은 계속해서 바뀐다. 숙련된 구성원에게도 새로운 과제가 반복해서 찾아온다. 반도체에 익숙해진 듯 할 때, 낯선 세계가 다시 찾아온다.

이 과정에서 원팀의 힘이 드러난다. 장비를 보는 사람, 공정을 이해하는 사람, 품질을 확인하는 사람, 문제를 함께 푸는 동료들이 맞물려야 생산라인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팹은 최첨단 장비의 집합체이지만, 동시에 서로의 역할을 믿고 이어가는 협업의 공간이다.

일류 경쟁력으로 이어진 현장의 축적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내부에서 임직원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내부에서 임직원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캡처.
전세계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SK하이닉스의 HBM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는 단기간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던 길을 먼저 시도하고,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방법을 찾아온 시간이 쌓인 결과다.

이날 방송에서 한 구성원은 HBM 개발 과정에 대해 실패할 때도 있겠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 우선 해보는 것이 중요했다고 회고했다. 정답이 보장되지 않은 기술 영역에서 먼저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경험으로 바꾸는 과정이 오늘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어려운 시기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담겼다. 19살에 상경해 같은 공정에서 일해온 쌍둥이 자매, 업황 부진과 무급휴직의 시간을 견딘 구성원들, 오랜 세월 새벽 사내식당에서 하루를 시작해온 시니어들의 이야기는 화려한 성과 뒤에 쌓인 또 하나의 공정이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오프닝.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오프닝.
이번 편의 내레이션은 다큐멘터리 3일의 대표 목소리로 알려진 가수 유열이 맡았다. 72시간 동안 살짝 열린 팹의 안쪽에는 차가운 장비와 숫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배우고 원팀으로 버티며 일류 반도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전한다.
 
이소연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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